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서울가족플라자에서 열린 격차해소특별위원회 3차 현장 방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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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과의 헤어질 결심?’
28일 공개된 국민의힘 총선 백서에는 대구·경북·경남 등 전통적 강세지역을 제외한 8개 지역 출마자 간담회 내용이 요약돼 실렸다. 48개 지역구 가운데 11석만 겨우 얻어낸 서울지역 간담회에 이어, ‘입틀막’ R&D 예산이 기폭제가 되어 21대 총선에 이어 또다시 7개 모든 지역구에서 전패한 대전지역 간담회가 전진 배치됐다.
백서는 “2년 전 대선 당시 서울 26개 지역구에서 승리했는데 민심이 급변했다”며 ‘민심과 헤어질 결심을 한 것 아니냐’는 자성으로 시작한다. 낙선·당선자 9명이 참석한 서울지역 간담회에선 “중앙당의 메시지가 전혀 없이 후보 각자가 메시지를 내고 유세하는 선거”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위성정당을 가능케 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총선 패배 원인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다. “정치개혁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정리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호남을 포기하면 향후 선거는 백전백패”라는 의견도 많았다고 한다. 백서는 “전국 선거구도를 봤을 때 호남을 버리면 중원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낙선자 3명이 참석한 대전 출마자 간담회에선 “이권 카르텔로 연구자들을 몰아 연구개발(R&D) 예산을 싹둑 잘라버렸다. 연구원들뿐만 아니라 행정직들도 다 돌아섰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백서는 “과학기술 연구 도시라는 지역 특수성이 큰 대전지역 선거에 정부의 R&D 예산 삭감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간담회에선 “예산 삭감은 전국적 문제였지만 중앙당이 지역 차원 문제로 가볍게 보고 적극적으로 대응을 안 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에 이공계 대학이 산재해 있는데, 이를 대전지역 문제로만 접근했다는 것이다.
부산에서는 18석 가운데 17석을 가져갔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박한 평가가 나왔다. 백서는 “낙동강 벨트를 겨우 지켰다”고 했다. 7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1석밖에 얻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의 부산 전체 득표율이 42.04%였다”며 쉽지 않은 선거였다고 했다. “부산을 영남이라고 묶어놓는 프레임이 잘못됐다. 티케이(TK)와 피케이(PK)는 성향이 다르다. 이제 부산도 만만한 동네가 아니다. 17석은 착시효과”라는 것이다.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조심판’(이재명·조국 심판)이 총선 패배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지역들은 이조심판론을 외쳤지만 다행히 부산에서는 내세우지 않고 지역 맞춤형 공약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총선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이·조 심판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했는데, 오히려 ‘이조심판’ 프레임이 ‘윤석열 정권 심판’ 프레임을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산 역시 대전과 마찬가지로 “중앙당의 역할”에 낮은 점수를 준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경기지역 간담회에서는 “호남만 사지(死地)가 아닌 경기지역도 사지”라는 평가가 나왔다. 경기 북부지역의 경우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17석 중 2석만 국민의힘에게 돌아갔다. 특히 국민의힘이 띄었던 ‘김포-서울 메가시티’ 공약에 대해 백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평가를 달았다.
국민의힘은 인천에서 14석 중 2석만 가져갔다. 백서는 “인천지역 전체 국민의힘은 득표율은 45% 정도였지만 정권심판 정서가 수도권 판세를 뒤흔들었다”고 평가했다.
호남지역 간담회에는 가장 많은 13명의 낙선자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가장 큰 문제는 당의 무관심”이라고 했다. “우리 당은 호남 인사들에게 공직 기회를 제공하거나 당 차원에서 자리도 배려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총선 패배 요인으로 ‘불안정한 당정관계’를 꼽은 총선 백서에 대해 “평가는 백서가 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4·10 총선 백서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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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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