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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황산 누출'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산업안전보건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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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 전 준공한 에너지머티리얼즈
황산 분출로 근로자 3도 화상 사고
산업안전보건위 구성 안 해 '말썽'
노조, 근로자 사고 조사 참여 요구
한국일보

지난 24일 황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에너지머티리얼즈 포항공장에 3도 화상을 입은 근로자가 사고 당시 입었던 옷이 현장에 놓여 있다.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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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황산이 분출돼 근로자 한 명이 3도 화상을 입은 경북 포항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에너지머티리얼즈㈜가 사업장 안전에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보위)를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이 회사는 공정상 화학 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있는 공정안전관리 사업장에 분류돼 있는데도 산보위를 구성하지 않아 산재 예방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항지부 에너지머티리얼즈지회는 28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 에너지머티리얼즈 공장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안전보건법상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제조업체는 근로자가 참여하는 산보위를 운영하도록 돼 있으나 구성조차 하지 않았다”이라며 “회사는 안전한 사업장을 위해 노동 안전대책 마련 협의체를 구성하고 투명한 사고원인 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산업안전보건법 24조에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같은 수로 구성되는 산보위를 설치해 운영하도록 돼 있다. 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5월 말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 부지 면적 12만㎡에 포항 공장을 준공하고 올 연말 본격 양산을 목표로 설비를 가동 중이다. 그러나 공장 준공 4개월 지나도록 산보위를 구성하지 않았다.

에너지머티리얼즈 측은 근로자위원을 선발할 근로자대표가 없어 산보위 구성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산보위 절반이 근로자위원이지만 근로자위원을 추천할 근로자대표가 아직 없는 상태”라며 “이달 말 근로자 대표를 선발하는 선거가 있어 결정되면 산보위도 속히 구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가 28일 황산 누출로 근로자 화상 사고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에너지머티리얼즈 공장 앞에서 노동안전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포항=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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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성욱 금속노조 에너지머티리얼즈지회장은 “산보위는 근로자대표가 없어도 구성할 수 있다”며 "회사가 철저한 안전대책을 세울 의지가 있다면 사고 조사에 노동자들을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4일 오후 4시 40분쯤 에너지머티리얼즈 포항공장에서 30대 근로자가 황산 탱크 배관을 점검하다 밖으로 분출된 1.8ℓ의 황산에 3도 화상을 입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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