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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화)

이슈 세계 금리 흐름

금리인하하자 BTC 들썩, ETF에 투자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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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빅컷 단행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진 않지만 조용히 우상향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어느덧 한화 기준 9000만원대를 훌쩍 넘기며 전 고점(한화 기준 1억 500만원)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긴축 종료 전 비트코인 가격은 8000만원대 아래에서 요지부동이었다.

물론 10월 들어 나타난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가 오롯이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단행한 통화 긴축 정책의 종료 덕분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진행중인 4차 반감기 효과, 가상자산 시장에 호의적인 후보들이 격돌하는 미 대선 등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칠 다른 요인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 4월, 4차 반감기가 시작됐지만 시장의 기대만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시세를 자극할 ‘촉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촉매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시장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이 바로 풍부한 유동성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당시 증시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등 각종 투자 자산들이 들썩인 배경도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망가진 경제를 살리고자 과감한 유동성을 불어넣는 정책을 펼친 것이 한몫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에 전 세계가 긴축 종말의 시대로 돌입한 것도 이 같은 맥락 연장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이 서서히 반응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 당시와 다른 점은 현 시점의 돈을 푸는 정책, 일종의 간접적 양적완화는 한 번에 대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보다는 아직 가시지 않은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감안해 ‘수위’를 조절하려 한다는 것이다. 즉, 경기 상황이 갑자기 나빠지지 않는 한 금리를 확 내려 시중 자금 조달 부담을 더 들어주는 방식으로 통화량 증가를 유도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미 연준 주위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올해 추가 금리 인하가 있더라도 0.25% 수준에서 한 두 차례 더 있을 수 있다는 정도다. 물론 이 조차도 시장은 반색한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도 이런 점들을 의식해 금리인하란 호재에 급격히 반응하기보다는 다소 차분하게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도 비트코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시장 참여자들을 들뜨게 하는 구석이 있기 마련. 발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시장에 속속 진입을 하고 있다.

온체인 애널리스트 엠버CN이 X(옛 트위터)를 통해 “10월 셋째 주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 21억 2000만달러(약 2조 9100억원)가 순유입 됐다”면서 “이는 7개월 만의 최대치“라고 전했다. 순유출만 계속되던 이더리움 현물 ETF도 같은 기간 모처럼 순유입을 기록했다.

사마라 코헨 블랙록 최고정보책임자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를 하려는 이들이 몰려들고 있다”면서 ”이 중 상당수가 월가에 새로 진입하는 암호화폐 마니아들“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소재 암호화폐 트레이딩 업체 QCP캐피털도 “비트코인 현물 ETF 유입 속도를 보면 시장 수요가 상당히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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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보유자 80%는 직접 투자자로 대부분이 간접투자상품인 펀드를 통하지 않고 직접 비트코인 현물 ETF를 매입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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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이제 시장의 관심은 비트코인 가격이 언제 전 고점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에 쏠려 있다. 비트코인 시세는 올 3월 반감기 전에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가 20~30% 하락한 수준에서 6개월 이상 횡보를 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이 한 가지 있다. 바로 10월이 4차 반감기가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라는 점이다. 역대 반감기 시즌을 보면 반감기가 일어난 후 6개월 이상 지나야 시세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4차 반감기도 지난 패턴대로라면 가상자산 시세의 변동성을 기대해볼 만한 시기에 근접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 은행인 캔어코드 제뉴이티는 이와 관련해 “비트코인이 그 동안 반감기 사이클에서 보여준 패턴을 그대로 반복한다면 지금부터 내년 4월 사이 본격적인 상승 랠리가 시작될 수 있다”면서 “비트코인은 반감기 이후 6~12개월 상승세를 나타내며, 2~6개월 후 신고점을 경신하는 경향이 있다”는 보고서를 최근 냈다.

현재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기조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전 고점을 돌파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며, 이른 시일 내에 이를 목도하기를 학수고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실 여기에는 또 다른 ‘바람’이 담겨져 있다. 매 반감기마다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한 이후에 소위 ‘알트 코인 시즌’이 펼쳐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비트코인 강세장을 더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개인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경우 덩치가 큰 비트코인보다 알트 코인들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이에 개인 시장 참여자들은 BTC 도미넌스(전체 가상 자산 시가총액 중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란 지표를 주목하고 있는데, 매 반감기 시즌마다 비트코인 강세장 → BTC 도미넌스 상승 → 비트코인 가격 조정 → BTC 도미넌스 하락의 단계를 거치고 나면 알트코인 상승장이 나타났다. 실제 이번 4차 반감기에도 금리인하 기조 이후 비트코인 가격만 들썩이자 BTC 도미넌스가 오르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인투더블록에 따르면 BTC 도미넌스는 10월 셋째주 2021년 초 이후 처음으로 65%를 넘었는데, 이는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제 관심은 ‘언제 정점을 찍느냐’에 쏠려 있는데, 코로나 팬데믹 과정 중 있었던 3차 반감기 시즌의 BTC 도미넌스 최고치는 70% 정도였다. 이후 BTC 도미넌스는 40~50%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후 본격적인 알트코인 초강세장이 펼쳐졌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 전망은 꽤 범위가 넓다. 전 고점을 돌파하면 내년 1분기까지10만 달러(약 1억 3700만원)는 물론, 23만 달러(약 3억 1500만원)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번에도 과거 반감기 패턴처럼 시장이 흘러갈 것이라고 볼 근거는 사실 없다. 지난해 말 가상자산 시장은 돌연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4차 반감기가 일어나기 전이었다. 패턴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일종의 이상 징후로 여길 만하다. 이에 알트 시즌을 기대하는 시장 참여자들은 맹목적으로 과거 반감기 패턴을 믿기보다 경각심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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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 중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좌)와 조지아주 존스버러에서 연설 중인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우).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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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1월에 있을 미 대선 결과도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해 금리인하 기조 못지않게 시장에서 관심을 받는 사안이다. 유동성 공급 못지않게 정책적 지원 또한 업계에 호재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격돌하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두 사람 모두 친 가상자산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누가 당선되든 지 간에 이들이 변심만 하지 않으면 차기 미 정권서 당국과 가상자산 업계와의 밀월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적극적으로 가상화폐 비즈니스를 장려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고, 해리스 부통령은 가상화폐에 대한 구체적인 규칙과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한 바 있다. 시장에서 보는 금리인하 후 비트코인 가격 급등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금리인하가 본격화되면 채권 수익률이 빠르게 하락하는데, 그 대안으로 비트코인이 선호된다는 것이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0호 (2024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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