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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화)

‘세수 펑크 30조’ 또 기금 투입…“안 쓴다”던 정부, 청약통약 기금까지 손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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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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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세수 펑크가 30조원에 달하자 이 외평기금을 또 끌어다 쓰기로 했다. 지난해 세수 펑크를 메꾸기 위해 환율을 안정시킬 때 쓰는 비상금인 ‘외평기금’까지 끌어다 썼던 정부는 올해는 그러지 않겠다고 불과 한 달 전에 약속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2024년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 방안’을 보고했다. 올해 예상되는 세수 결손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다.

앞서 기재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세수 재추계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337조7000억원으로 세입예산(367조3000억)보다 29조6000억원(8.1%)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56조4000억원 결손에 이어 2년 연속 역대급 결손이다.

정부는 올해 세수 부족분에 대해서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외평기금 등 기금 여유분과 지방재원 감액, 통상적 예산 불용(不用) 등을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세수 부족에 대응해 투입되는 기금·특별회계 등은 14조∼16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외평기금이 4조∼6조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지방교부세·교부금 삭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원이라는 것이 기재부 측 설명이다.

정부는 당초 외평기금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공개된 최종안에는 외평기금이 포함됐다.

류중재 기재부 국고과장은 “국회에서 지방재원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컸고 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재원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지방재원을 기계적으로 감액하지 않다보니, 오히려 외평기금을 동원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외평기금이 2년째 ‘구원 등판’하는 결과가 됐다. 지난해에는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강(强)달러 대응 과정에서 쌓인 외평기금 약 20조원이 투입됐다. 외평기금은 환율이 급등락하면 달러나 원화를 사고팔아 환율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희재 기재부 외화자금과장은 외환 방파제 역할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외환보유액은 4000억달러 이상으로 세계 9위 수준이며, 외환 대응 여력에는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청약통장 납입금 등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의 여유 재원 2조∼3조원과 국유재산관리기금 3000억원도 세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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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수입 오차액 추이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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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월된 4조원 내외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도 올해 예산사업 추진을 위해 동원된다. 공자기금은 여유가 있는 기금으로부터 재원을 빌리거나 국채를 발행해 재원이 부족한 기금에 빌려주는 일종의 자금 조달 창구다.

기재부 측은 “가용 재원 활용 규모·대상은 세수 실적, 각 부처 재정사업 집행 상황 등에 따라 유동적”이라며 “기금 수지 등 점검을 통해 가용 재원을 추가로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교부세·교부금은 6조5000억원가량 집행을 보류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감액된다.

세수 재추계대로라면 내국세 감소에 따라 지방교부세·교부금도 약 9조7000억원 줄게 되지만 이 중 3조2000억원(교부세 2조1000억원·교부금 1조1000억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자체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감액분을 올해와 2026년도에 분산하기로 한 것이다. 재정안정화 기금 등 7조원 규모의 지방정부 가용 재원 여건과 지방 소비세 안정화 추세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정부 측은 설명했다.

이번 대응안에 따라 최대 16조원의 기금이 재정 지출에 활용되면 정부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류중재 국고과장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기금·회계 간 가용재원이 있으면 활용할 수 있다”라며 “재정의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해 국채 추가 발행 없이 정부 내 가용 재원을 우선 활용했다”라고 말했다.

與 “지속가능성 중요” 野 “청문회 열어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이날 기획재정부 등을 대상으로 연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기재부의 세수 결손 대응 방안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여당은 추가 국채 발행 없이 가용 재원을 우선 활용하는 기재부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평가한 반면, 야당은 정부가 ‘재원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며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성훈 의원(국민의힘)은 “재정은 지속가능성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 국채 발행 없이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 내 여유 재원, 가용 재원을 최우선으로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결단이라고 본다”며 야당의 추경 주장에 대해선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세입 경정만을 위한 추경은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종욱 의원은 “기본적으로 재추계에 대한 대응 방안은 기획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라며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도 외환시장에 지장 없는 범위 내에서 활용해야 한다. 그 재원을 활용하지 못하면 다른 민생사업이 삭감될 수밖에 없다”고 외평기금 사용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윤호중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재정 대응 방안을 보면 국회에 대해 약속을 어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예산은 국민의 돈이고 기재부가 관리하는 것인데 마치 기재부 마음대로 주물럭 할 수 있는 것처럼, 엿장수 마음대로 재정을 주무르고 있어 문제”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임광현 의원은 “중대한 사안을 급히 국정감사 중에 휩쓸려서 다룰 것이 아니라, 자료도 부족하고 검토할 시간도 부족하니 별도의 재정청문회나 현안 업무보고로 중히 다뤄야 할 문제”라며 “장관은 지난 9월 외평기금 추가 활용 검토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두 달도 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기재부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언론을 통해 세수 재추계 대응 방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 국정감사 시작과 함께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50분간 정회했다.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세수 결손 대책과 관련해 국감 전 보고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으나 미뤄오다가 오늘 국회에 보고하기 전에 보도자료를 통해 내용을 받아봤다”며 “언론과 국민들에게 미리 알리고 국회에 사후 통보하는 것이다. 이게 일방 통보지 정당한 보고 절차라고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꼼수를 부리거나 기재위 위원들에게 정부의 확정된 것을 통보하거나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며 “세수 재추계에 대한 재정 대응 방안 보고에 앞서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한 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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