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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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원 | 국제부장
미국 대선(11월5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한국에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요구 등 각종 청구서를 들이밀 것은 확실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시카고 경제클럽’ 대담에서 최근 타결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과 관련해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그들은 연간 100억달러를 낼 것이다. 그들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 수익성 높은 분야나 현금입출금기라는 뜻이 있는 “머니 머신”이라고 불렀다. 16일에도 폭스뉴스가 방영한 타운홀 미팅에서 “한국은 부자 나라다. 우리는 (한국에서 돈을 받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운동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한국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자신이 집권하면 돈을 더 받아낼 수 있는 나라라고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북한과 대화 국면 조성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예상을 하는 이들도 있다. 트럼프는 집권 초였던 2018년 1월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로켓 맨”이라고 비난하고 “내 핵 단추가 더 크다”며 북한과 대립했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뒤인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하며 북-미 협상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를 만들었다. 이 기대는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로 허망하게 사라졌지만, 그가 집권하면 최소한 민주당 정권과는 다른 어떤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사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협상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발발한 이후 상황은 2018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짧은 8개월의 기간과는 너무나 다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성향도 위험 요소로, 한국의 안보를 악화하는 안으로 북한과 타협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고 당선되면 터무니없는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요구 같은 위험 요소는 상당 부분 제거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견주면 상식적이고 비교적 예상 가능한 점은 안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하면 북-미 그리고 남-북 대립 격화라는 구도의 극적인 변화는 어려워 보인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을 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과 놀랍도록 닮았다”고 지난 2022년 말한 바 있다. 전략적 인내는 대북 제재 등 압박을 지속하면서 북한의 핵 포기를 기다린 정책이다. 실제로는 전략도 인내도 아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 정책 승계를 부정했지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해리스 부통령도 자신이 몸담았던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김정은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바이든 정부 때 속도가 붙은 한·미·일 삼각공조 강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북한·러시아의 밀착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결국 미국 대선 시나리오 어느 쪽도 한국에 완전히 낙관적이지 않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1만명 넘는 병력을 파병할 것이라는 한국 정부 발표가 나올 만큼 한반도 상황은 엄혹하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무기 제공까지 시사하고 있다. 현실화되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남북이 실질적으로 대결하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골치 아픈 한반도 문제에 큰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있다. 결국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미국이 아니고 한국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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