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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박근혜 정부 땐 두 번 해놓고…기재부, 의아한 ‘세수결손 추경’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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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윤상 기재부 제2차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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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지난 3분기(7~9월) 전기 대비 0.1%(계절조정 기준) 성장하는 데 그쳤다. 2분기(4~6월) 때의 역성장에선 간신히 벗어났으나 애초 전망과는 차이가 크다. 이에 정부(2.6%)와 한국은행(2.4%) 등 경제전망 기관들은 올해 연간 기준 성장률 전망을 큰 폭으로 내려야 할 처지가 됐다. 연 2% 내외의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은 할 것이기에 ‘경기 침체’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려우나 경기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진 사실이다.



올 하반기, 좁혀서 4분기(10~12월) 경기 우려의 한 축은 정부의 엉터리 재정 운용이다. 약 30조원에 이르는 세수결손(잠정)에 따라 재정이 경기를 끌어내릴 수 있기에 그렇다. 흘러내리는 경기를 뒷받침하기는커녕 외려 하방 압력으로 재정이 기능할 공산이 있다는 뜻이다. 세수결손은 낙관적 경기 전망과 세수 예측, 감세 등 세제 정책에 비롯된 것이기에 정부 책임이 크다.



정부도 이를 염두에 둬서인지 부랴부랴 세수결손 대응 방안을 내놨다. 이를 보면 결손분 절반은 각종 기금에서 돈을 끌어와 메우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기존 사업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게 뼈대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고육지책이라고 본다. 정부의 대규모 세수예측 실패는 4년 연속이다. 2021년과 2022년은 초과세수로, 2023년과 올해는 세수결손이다. 기재부의 굴욕이다.





박근혜 정부는 불법 추경을 한 것일까?





추경은 1992년부터 최근 가장 마지막인 2022년까지 모두 34회 편성됐다. 2020년은 1년에 4차례 추경이 편성된 기록이 있다. 단일 규모로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추진된 2022년 5월 추경(약 62조원)이 가장 컸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세입경정을 위한 추경이다. 애초 예산안을 짤 때 예상한 세수보다 세금이 덜 걷히면서 예산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추경이다. 지금껏 모두 6회가 있었다.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약 7조원),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약 11조원), 가장 최근인 코로나19 위기 때인 2020년(약 11조원) 추경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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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가 아닐 때도 세입경정을 위한 추경은 있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12조원의 추경이 그 예다. 전임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과 경기 둔화 직격탄으로 본예산 대비 세수오차가 15조원을 웃돌 듯하자 단행한 추경이었다. 또한 10조원의 세수결손을 기록한 2015년에도 세입경정을 위한 추경이 진행됐다. 메르스(MERS) 사태로 인한 경기둔화 대응과 세수결손 보완을 위한 추경을 12조원 편성했는데 이중 5조원이 세입경정분이었다.



경제 위기가 아닌 시점에 진행된 추경 당시 정부가 밝힌 추경 사유가 흥미롭다. 2013년 4월 추경편성안 보도자료에는 ‘경기침체에 따른 세입결손 보전 12조원’을 위한 세입 경정을 명시했다. 2015년 메르스 추경도 마찬가지다. 12조원의 추경규모 중 ‘경기여건 악화에 따른 세입결손 보전 5.6조원을 편성하여’라고 기술돼 있다. 추경 편성 원인 중 하나로 ‘세수결손을 위한 세입경정’을 들고 있는 셈이다.



이는 올해 대규모 세수결손 속에서도 추경은 안 된다며 정부가 밝힌 논리와는 거리가 있다. 정부는 세수결손이 법이 정한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가재정법 제89조제1항2호인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이런 법 해석과 논리라면 박근혜 정부(2013·2015년 추경)은 불법을 저질렀다는 뜻인가 묻고 싶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기재부는 왜 추경 편성을 하지 않으려고 한 것일까? 그 이유를 대해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첫째, 국채발행을 통한 세입보강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완고한 ‘건전 재정’ 철학 때문이다. 둘째, 추경을 할 때 여소야대 구조인 현재 국회와의 논의 및 승인 과정을 거치는 데 대한 부담을 고려했을 것이다. 셋째, 예산편성권은 어차피 정부의 권한과 책임이라는 점을 떠올렸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수결손을 빌미 삼아 지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이점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이런 의심은 2023년 국가회계 결산 자료를 분석하면서 든 생각이다. 지난해 세수결손에 대해 정부는 외평기금 및 공자기금 운용계획의 자체변경, 일반회계 전출금 불용 등을 통해 대응했다. 이는 국회의 심의·의결 없이 대응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국회가 확정한 2023년도 예산과는 다른 방향으로 예산이 집행되는 결과를 낳았다.





세수결손 시 추경, 법적으로 강제해야





지난해 세수 결손에 대한 기재부의 이러한 대응은 법 개정의 필요성을 불러일으켰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이다. 지난 8월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법안은 정부가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해 세입 삭감이 불가피해질 경우, 세입경정을 위한 추경안 편성과 국회 심의를 거쳐 세입감액과 세출 조정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매년 종합소득세 신고 직후인 6월과 부가가치세 신고 직후인 8월에 세수를 재추계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으며, 11월에는 이미 제출된 차년도 세입예산안을 재추계하는 것도 의무화했다. 6월과 8월의 세수재추계는 당해연도의 세수오차를, 11월의 세수재추계는 다음 연도의 세수오차를 크게 줄이기 위해서다. 이 개정안이 입법된다면 대규모의 세수오차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며 세수결손 시 정부가 독단적으로 재정 운영을 하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나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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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개정안은 앞서 말한 효용과 더불어 추경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한 국가재정법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경직성에서 비롯된 정부의 고무줄 법 해석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나는 이해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의 추경 요건 해석이 고무줄인 측면도 있지만, 그 잣대인 요건 자체가 경직적이라는 뜻이다.



당장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면 잠재성장률은 웃도는 성장이기에 ‘경기 침체’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예상보다 크게 둔화한, 다시 말해 경제 주체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명확하다.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로 인한 가계부담과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 저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회복부진 등으로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날로 악화하는 중이다. 이럴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보강에 나설 필요성은 있지만 정부는 경직적인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 뒤에 숨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지금은 추경 편성을 하기엔 시기상 늦었다고 볼 수 있다. 빨라야 한달인 편성 소요 시간을 고려하면 이미 현재는 4분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국가재정법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입법이 서둘러 이뤄졌거나, 정부가 지금보다 좀더 적극적으로 경기를 고려하고 법 해석을 유연하게 했다면 적어도 9월 이전에 추경 편성에 착수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의 세수결손이 발생할 때는 세입경정을 위한 추경편성을 의무화하는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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