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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美 연금 백만장자? 한국도 가능…'C학점' 거버넌스부터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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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을 말하다]③이남우 거버넌스포럼 회장 "일반주주 보호 위해 주주 충실의무 필수"

"A학점이던 밸류업, 시행 후에는 C학점…'기업 독대' 적극적 독려 필요"

[편집자주] 한국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정도로 한류는 이제 K-푸드에서 K-팝, K-콘텐츠, K-문학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K-증시'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자식에게 물려줄 주식'으로 손꼽히던 'K-우량주'의 대명사 삼성전자는 미국 주식에 관심을 뺏긴 지 오래다. 그렇다고 증시는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증시는 단지 주식을 팔고 사는 곳이 아니다. 자본시장의 성장은 모험자본의 성장을 돕고, 실물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자본시장이 바로 서야, 경제가 살고, 국민들이 풍요로워진다. <뉴스1>은 '밸류UP-코리아UP, 증시가 성장 엔진이다'라는 주제로 오는 30일 열릴 '투자포럼(NIF) 2024'를 앞두고 증시 전문가들을 만나 '밸류업의 길'을 물었다.

뉴스1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뉴스1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4.10.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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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401K 사례가 한국에서 가능한 일이냐고요? 그럼요. 전 한국 주식 시장에 잠재력이 있다고 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속았다 속았다 해도 한국을 포기하진 않는 이유가 있어요. 우리 기업은 다른 아시아 기업보다 다이내믹합니다. 다만, 거버넌스 문제는 해결이 돼야합니다.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미국에서 연금 백만장자 50만 명을 만든 401K. 그 배경에는 미국 증시의 꾸준한 우상향에 있었다. 코리안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에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들은 발을 돌리고 있다. 한국 증시를 구제할 해결책은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에 있다는 것이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의 제언이다.

'13%' 미국 절반도 안 되는 한국 주식시장 기대수익률…"자본시장 역할 못 하는 수준"

"주식 시장이라고 부르기도 창피할 만큼 자본 시장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대수익률은 최저 수준인데 누가 우리나라에 투자하겠습니까. 자본시장이 붕괴되면 기업이 필요한 자본 조달을 못 하고, 투자자들은 가난해져요. 밸류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남우 회장은 지난 24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 즉 요구수익률은 5%로 다른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2% 수준인 배당을 포함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주가가 3%밖에 안 올랐다는 이야긴데, 미국 국채 4%대인 상황에서 이보다 낮거나 비슷하면 주식 투자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당을 포함해 세계적인 기준은 8~9%, 미국은 연 13%, 대만은 연 10% 수준"이라며 "주식 시장 수익률을 보장해 줄 순 없지만 암암리에 요구하는 것을 기대 수익률, 즉 요구 수익률이라고 하는데 주주들의 니즈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안 디스카운트 해결로 수익률을 높여야 자본시장 붕괴를 막을 수 있단 것이다.

뉴스1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뉴스1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4.10.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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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주주, 일반주주 파트너로 생각 안 해…대주주 의식 개선에 '이사 충실의무' 주주 확대 필요"

이 회장은 한 미국 펀드 매니저의 말을 전했다. 그는 "한국 주식은 밤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무서워 못 산다"고 했다고 한다. 후진적인 거버넌스 때문에 상식에 반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우려였다. 독립적이어야 할 이사회를 대주주가 자신의 우군으로 채우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반 주주를 희생시키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에선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란 것. 이 회장은 국내 기업 거버넌스에 C 학점을 줬다.

이 회장은 "한국 거버넌스 문제는 지배주주가 일반 주주를 사업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다"며 "세금 문제로 회사의 펀더멘탈 개선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탐탁지 않게 보는 일이 많다"고 했다. 최대 주주에겐 상속세율이 최대 60%다. 주가가 오르면 대주주는 세금 부담에 울상이다. 지배주주 경영 참여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일반주주와 지배주주 간 이해 상충 문제다.

당장 지배주주의 의식 개선만으로도 거버넌스가 상당히 전향적으로 바뀔 수 있단 게 이 회장 설명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대주주 조정호 회장이 "승계는 없다. 대주주의 1주와 개인 투자자의 1주는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고 천명한 뒤 주주환원이 꽃을 피웠다. 메리츠금융의 밸류업 계획은 A+를 받았다. 이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뽑고, 전향적인 밸류업을 주도했다고도 평가했다.

다만 이 회장은 더욱 효율적인 거버넌스 개선은 강제 수단인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당장 이사회 독립성이 확립되진 않겠지만 그들이 더 심사숙고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라며 "배당 소득 분리 과세를 통해 일반 주주와 지배 주주의 세 부담을 동시에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밸류업, 시작은 A학점인데 시행과정선 C학점으로…정부, 적극적 독려 필요"

이 회장은 "거버넌스포럼은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가이드라인에는 A학점을 줬다. 많은 고민을 통해 거의 완벽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C학점"이라고 했다. 그는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뒤 사실상 콘트롤타워 없이 서로 문제를 미루고만 있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시행하는 과정에 있어선 극히 부진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일본은 정부나 거래소가 진정성을 갖고 밸류업을 추진했는데, 지난해 한참 밸류업을 독려할 땐 거래소 CEO가 매일 기업 한 곳을 독대해 설득하고 압박했을 정도"라며 "우리나라 거래소는 10대 기업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수십 명을 불러놓고 설명회를 한다고 하는데 그보단 매일 하루 한두 건씩 스케줄을 잡아 독대하는 적극적인 밸류업 독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돌아선 투자자들 마음을 돌리기 위해선 밸류업을 통해 '돈 버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1000만 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들이 생겼는데, 자본시장의 문제는 이제 내 문제이자 친구, 가족, 후손의 문제"라며 "상장사 기업인들이 일반 주주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밸류업을 시행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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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뉴스1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4.10.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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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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