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이달까지 한강 작품 공급 제한
광화문 교보문고에도 한강 작품 사라졌지만
동네 서점은 근본적 대책 마련 촉구
"교보 상생 마케팅 불과···출판사는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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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품은 다 없고 영어 번역본만 있는데 이거라도 사갈까”
지난 28일 찾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은 한 남성이 가족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그는 고민 끝에 한강의 장편 소설 ‘채식주의자’의 영어 번역본을 집어 들었다. 그는 “원래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사갈 생각이없었다”며 “어쩔 수 없이 찾은 김에 영어 소설을 집었다”고 전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한강 작가의 작품이 자취를 감췄다.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고객들이 처음 마주하는 통로 중앙에 자리한 매대에서 한강 작가의 소설들이 사라지고 한승원 소설가의 작품을 기획, 진열한 ‘한승원 작가 도서 모음전’ 매대로 바뀌었다. 지난 2주일 동안은 한강 작가의 작품이 입고되자마자 가장 빠르게 쌓이던 ‘한강 존’이었다.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진열할 책조차 없다보니 1위부터 10위까지 등장한 한강 책은 모두 종이 판넬로 배치돼 있었다.
광화문 교보도 한강 작품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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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점조합에서 교보문고가 거래 중인 지역 서점에게 한강 소설가의 작품들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제소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자 교보문고 각 지점에 공급을 중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교보문고가 정한 시한은 이달 말까지다.
22일부터 교보문고 매장 공급 물량을 일평균 2000권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물량은 전량 지역서점으로 배분하기로 했다. 지역서점에는 일평균 최대 1만5000권 가량이 배분될 수 있다는 게 교보문고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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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주문하지도 않은 소설 마구잡이로 보내···출판사는 더 문제”
전국책방네트워크에 따르면 대형 서점들은 도매 업무와 소매 업무를 같이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 자신들의 소매 업무를 우선시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출판사의 문제도 지적하며 “출판사에서 책 생태계의 실핏줄인 동네 책방을 건너뛰고 체인형 마트와 편의점 등에 책을 파는가 하면 대형 서점 위주로 공급을 했다”고 강조했다. 교보문고를 도매로 이용한다는 서울의 한 동네서점 주인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교보문고 도배 사이트에서는 한강 작가 도서만 주문조차 할 수 없었다”며 “정작 교보의 지점에서는 판매하는 상황을 보고 실망과 동시에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했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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