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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단독]"웨이퍼 낭비마라" 전영현 지시에...삼성 파운드리, 메모리에 EUV 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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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2라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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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가 반도체 초미세 공정 핵심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메모리사업부에 빌려줬다. 수주가 저조해 EUV 장비가 놀게 되자 이를 메모리 사업부에 지원한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의 파운드리 라인인 S5가 사용하는 전체 EUV 중 4대를 메모리 사업부가 지난 7~8월부터 대여해 사용 중이다. 평택 2공장(P2) 파운드리 라인과 평택 3공장(P3)에서 각각 2대다. 기존엔 P2 내 파운드리 라인만을 S5로 불렀지만, P3를 추가로 지으면서 평택캠퍼스 파운드리 라인을 모두 S5로 통칭하기도 한다.

이는 고객사 주문이 충분치 않아 삼성전자 평택 파운드리 라인이 보유한 EUV 장비를 모두 사용하지 않아도 무리가 없다는 의미다. EUV 장비는 한 대당 가격이 2억달러(약 2800억원)가량으로, 통상 장비 한 대 당 감가상각 기간을 5년쯤으로 잡는다. 고가의 장비를 그냥 둘 수 없으니 이를 메모리 사업부가 쓰게 한 것이다.

반도체(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파운드리 사업부에 "재공 재고를 없애라"고 지시한 것 역시 이번 EUV 대여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재공재고는 제조 또는 가공 중인 제품 재고를 뜻한다. 통상 웨이퍼 최초 투입부터 최종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약 3~4개월 소요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그간 수주가 없어도 고객사 주문이 도중에 추가적으로 들어올 것을 감안해 웨이퍼를 미리 투입해왔다.

예를 들어 A고객사가 1월부터 6월까지 총 6개월 간 600개의 웨이퍼가 필요한 주문을 넣었는데, 매달 100개의 웨이퍼를 투입하는게 아니라 1월에 600개를 모두 넣어버리는 식이다. 중간에 다른 고객사의 주문이 들어올 경우 납품 시기를 당겨 맞춰주기 위해 대비한 것이었는데, 고객사 주문이 없으니 낭비한 셈이 됐다. 삼성전자의 한 엔지니어는 "고객사 주문 없이 시간이 지나니까 미리 투입한 웨이퍼가 재고로 쌓여 그대로 버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전 부회장이 파운드리 사업부에 "이제 임의로 판단해 웨이퍼를 미리 투입하지 말고 고객사 주문이 오면 그 이후에 넣으라"고 지난 7~8월 사이 지시했다.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면서 삼성전자 P3 설비 절반이 웜셧다운(전원을 아예 끄진 않지만 설비를 놀리는 것) 상태다.

삼성전자의 또다른 엔지니어는 "(메모리에 빌려주고) 남은 EUV만으로도 파운드리 물량이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며 "메모리 사업부는 물량이 충분히 많다는 뜻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수율이 낮은데다 이에 따른 부진한 수주 물량으로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평택 캠퍼스는 설비 가동률을 낮췄고 파운드리 사업부 일부 인력이 메모리 사업부로 파견을 갔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는 신규 파운드리 공장은 가동 시점을 당초 올해에서 2년 후인 2026년으로 미뤘다. 신공장 가동 준비를 위해 본사에서 파견한 주재원들도 일부 돌아왔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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