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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밸류업 지수 한 달…10개 중 7개는 하락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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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 극복을 위해 선보인 ‘코리아밸류업지수’에 편입된 기업 10곳 중 7곳의 한 달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그쳤다. 밸류업에 따른 기대감이 높았으나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면서 주가 상승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다만 코스피·코스닥, 일본·유럽 증시의 주요 지수보다는 나은 성적을 거두면서 어느 정도 성과는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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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류업 수혜는 중소형주로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지수가 실시간 공개된 지난달 30일 이후 이날까지 이 지수를 구성하는 100개 종목 중 68개의 수익률이 하락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그리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지수 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7.17%), 현대차(-11.98%), 셀트리온(-2.93%), 기아(-10.59%) 등 코스피 상장사들이 부진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고려아연이 이 기간 경영권 분쟁으로 117.02% 상승했는데, 기업 실적이 아닌 이슈가 지수를 끌어올린 셈이다.

밸류업 지수는 지난달 30일 1020.73으로 출발한 이후 이날 1020.82로 0.01% 상승해 코스피(-1.21%), 코스닥(-3.91%) 상승률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세계 주요 증시와 비교하면 나스닥(2.4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1.49%) 등 미국보다 낮았지만 일본 닛케이225(-2.32%), 유럽 유로스톡스50(-1.42%)보다 나은 수준이다.

밸류업 지수 공개 후 가장 많이 상승한 구성 종목은 고려아연에 이어 넥스틴(30.02%), 동서(22.40%), 파마리서치(21.82%) 순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에 상장된 중·소형주의 상승세가 뚜렷했다는 평가다. 반면 코스닥 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20.49%), 코스피의 전자분야 종목인 LG이노텍(-20.45%), 한미반도체(-18.05%), 코스닥의 F&F(-17.77%) 등은 수익률이 낮았다.

증권가는 밸류업 지수를 기초로 한 상장지수펀드(ETF)와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이 다음달 4일 출시 예정인 만큼 그 이후에야 이들 구성 종목에 본격적으로 투자가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도 밸류업 지수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참고하기로 한 만큼 기관 수급이 얼마나 집중될지도 관심사다.

밸류업 ETF 상장을 준비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남용수 ETF운용본부장은 “밸류업 공시 활성화로 기업의 체질 변화가 이뤄지면 만성적인 저평가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지원 등이 더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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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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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에 대한 관심과 수익기관의 참여 등을 감안하면 (밸류업) ETF의 초기 운용자산(AUM)은 3000억∼4000억원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지수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9월 말 발표 후 관련 수급이 반영되고 있는 점은 감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밸류업 지수는 출시 직후 배당 수준이 높은 몇몇 금융주 등이 제외되는 등 형평성 논란에 직면한 바 있다. 이에 거래소는 연내 구성종목을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거래소의 향후 구성종목 변경 과정에서 금융주들이 새로 편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특히 지수에서 탈락한 KB금융은 지난 25일 장중 10만3900원으로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이후 이날까지 주가가 13.96%나 상승했다. KB금융은 연평균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10%, 자사주 매입·소각 연평균 1000만주 이상,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 6.1%(과거 10년 평균) 등 밸류업 계획도 지난 24일 공시한 바 있다.

밸류업 지수에서 제외된 하나금융지주도 지난달 30일 이후 이날까지 7.08% 올랐다. 하나금융도 이날 주주환원율 50%를 2027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밸류업 목표를 밝혔다. 현금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을 확대해 EPS, 주당순자산가치(BPS) 등 주요 지표를 개선하고,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해 배당의 일관성도 향상시키기로 했다. 이를 통해 주주환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해마다 단계적으로 총주주환원율을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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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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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배구조·금투세는 밸류업 과제

대주주 중심의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와 올해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는 밸류업의 걸림돌로 꼽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관련해 “여건 조성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서는 “도입을 유예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유예하는 것”이라며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관 사항인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보수적인 입장이 더 많은 것으로 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하는 투표를 할 때 각 주주에게 뽑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수파 주주가 지지하는 이사가 뽑힐 가능성이 커진다. 이사의 책임성 강화 등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상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올해 정기국회 중 제출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금투세와 관련해서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주식) 이상의 양도 소득을 올린 투자자가 내는 세금이다. 정부는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하고 다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최 부총리는 “유예 의견이 나오지만 유예 이유가 되는 것들이 2년 안에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금투세를 폐지한 뒤에 금융투자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금융자산 과세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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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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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분기 부진한 실적은 악재

다양한 에너지 해법을 제공하며 글로벌 배터리 전문기업으로 평가받는 LG에너지솔루션과 농업 및 조경 장비, 산업 차량 등 소형 장비의 세계 선두주자로 꼽히는 두산밥캣에 대한 증권사들의 투자 의견이 박해졌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3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과 두산 밥캣에 대한 투자 의견과 목표주가를 경쟁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나증권과 DS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투자 의견을 나란히 ‘매수’에서 ‘중립’으로, iM증권은 목표가를 51만원에서 50만원으로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영업이익이 44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7% 감소했다. 올해 4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하겠지만, 영업이익은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전기차 정책 변화 가능성, GM의 배터리 다변화 전략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 실적 추정치 역시 내년 1분기 중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두산밥캣의 목표주가는 하나증권이 7만3000원에서 5만7000원으로, KB증권이 6만7500원에서 4만2500원으로, 키움증권이 6만6000원에서 5만5000원으로, 신한투자증권이 4만6000원에서 4만1000원으로 일제히 낮췄다. 투자 의견도 KB증권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신한투자증권은 ‘매수’에서 ‘단기 매수’로 투자 의견을 강등했다.

두산밥캣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57.8% 감소한 1257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2049억원이었다. 매출액은 1조7777억원을 기록해 24.9% 줄었고, 순이익은 643억원으로 66% 감소했다.

고금리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시장수요 감소와 딜러들의 재고 조정으로 콤팩트 장비 매출이 급감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그나마 하반기로 기대됐던 수요 회복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인프라 투자,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등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감소와 재고 조정이 동시에 진행돼 두산밥캣에 부담을 주고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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