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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서울대 n번방’ 주범, 1심 징역 10년… “동문 사냥하듯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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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잘나가는 여성에 열등감·증오심”

“엄정히 처벌해 사회 경종 울려야”

조선일보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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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동문 등 여성 60여 명의 얼굴 사진을 합성한 음란물을 만들고 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 주범들이 30일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박준석)는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주범 박모(40)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영상물 편집) 등 혐의를 받는 영상 제작자 강모(31)씨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에 대해 각각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도 명령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생인 박씨는 2021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대 동문 12명을 포함, 여성 총 61명의 얼굴이 담긴 허위 사진 및 동영상 2034개를 텔레그램으로 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박씨는 수십 여개의 텔레그램 그룹방 채널을 직접 개설해 1~3일 간격으로 꾸준히 허위 영상물을 유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로스쿨 졸업생인 강씨는 박씨에게 피해자 사진을 받아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합성해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내 최고의 지성이 모인 대학에서 동문으로 수학한 피해자들의 사진을 이용해 음란물을 배포하는, 소위 ‘지인 능욕’ 성범죄를 저질렀다”면서 “피고인들은 마치 사냥감을 선택하듯 피해자를 선정하고 일상 사진을 이용해 장기간 성적으로 모욕하며 인격을 말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들의 신뢰와 호의를 배신한 것이라 비난 가능성이 더욱 크다”며 “피고인들이 합성 음란물을 두고 나눈 대화는 극히 혐오스럽고 저질스럽다”고 질타했다. 범행 이유에 대해서는 “정신병적 증세로 범행을 했다기보다는 피고인들이 갖고 있던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여성에 대한 열등감과 증오심으로 텔레그램이 보장하는 익명성 등 분위기에 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박씨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인데 대해 재판부는 “박씨는 심지어 직접 피해자들에게 허위 영상물을 전송해 조롱했다. ‘피해자들이 고통받지 않기를 원한다’는 그의 발언이 진심인지 의심스럽고, 반성이 너무 늦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사회적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남성에 대한 신뢰를 상실해 혼인이 파탄에 이르기도 했다. 범죄의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피고인들을 엄정히 처벌해 법과 도덕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리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 후 피해자 측 변호인은 취재진을 만나 “(딥페이크) 범죄가 이 사회에서 엄단돼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피해자 입장에서 잘 된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편, 이들과 별도로 구속 기소된 공범 박모(28)씨는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밖에 다른 공범인 서울대 졸업생 한모(불구속)씨에 대한 재판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고 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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