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한 병사가 한글이 적힌 종이를 들고 공부하는 모습. 텔레그램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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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현지에서 북한군과 러시아군 간 소통 문제가 적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한 러시아 병사가 한국어를 공부하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친우크라이나 단체의 텔레그램 계정에 28일(현지 시간) 올라온 영상에는 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한 병사가 종이와 펜을 들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모습이 담겼다. 종이 왼쪽에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등 기본적인 한국어 표현이 적혀 있고, 중간에는 한국어 문장을 러시아인이 읽을 수 있도록 러시아어로 음차한 표기가, 오른쪽에는 러시아어 해석이 적혀 있다.
흙바닥에 앉아 공부하던 이 병사에게 영상을 촬영하는 남성이 다가가 “공부는 잘 돼 가느냐”고 묻자, 병사는 “젠장 빌어먹을!”이라며 욕설을 내뱉었다. 촬영자는 “무슨 일이 있느냐”고 재차 물었고, 병사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서 ‘어디에서 왔습니까’라고 적힌 부분을 짚으며 “이해가 안 된다. 진짜 모르겠다”면서 재차 욕을 했다.
단체는 해당 영상이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인 쿠르스크 지역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점령한 러시아 본토 격전지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일부가 집결 중인 곳이다. 영상을 올린 채널 관리자는 “영상의 원출처는 러시아군 텔레그램 채널이며, 정보 입수를 위한 수단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미국 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다.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작성된 기초 군사용어 책자. X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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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는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작성된 ‘기초 군사용어’ 책자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책자 표지에는 러시아 국기와 북한 인공기가 그려져 있으며, 그 아래에는 ‘병사와 장교들은 전장에서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다음 한국어 문구를 익혀야 한다’고 적혀 있다. 책자에는 기본적인 회화에 더해 ‘엎드려!’ ‘공격해!’ ‘무기를 내려놔!’ 등 전장에서 쓰이는 표현도 담겨 있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브리핑에서 러시아군과 북한군 장병이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러시아군이 ‘위치로’ ‘발사’ 등 북한군에게 러시아 군사 용어 100여 개를 교육하고 있다”면서 “북한군이 어려워한다는 후문이 있는 상태라 소통 문제의 해결이 불투명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앞서 미 CNN 등은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파병된 북한군을 “빌어먹을 중국인들”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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