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30일 전날 발표한 ‘조건 없는 휴학 승인’에 대해 “동맹휴학이 아닌 개인 사유 휴학만 가능하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대학이 개인 사유를 확인하고 승인해주는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어불성설이다. 서울대 의대가 의대생 유급·제적과 내년 수업 대란을 피할 고육지책으로 휴학을 일괄 승인하자, 교육부가 엄정대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즉각 감사에 착수했던 것이 불과 몇주 전이다. 어차피 더 이상 휴학을 막기는 어려워졌고, 의료계에 밀려 후퇴했다는 비판은 받기 싫으니, 눈 가리고 아웅식 변명을 내놓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교육부가 내내 ‘휴학·유급 불가’ 방침을 고집해 시간을 허비한 탓에 일찌감치 예견된 ‘7500명 동시 수업’ 대책 마련이 늦어졌다. 교육부는 그간 의대생들이 11월까지만 돌아오면 수업을 오전·오후로 나눠 내년 2월까지 시수를 채울 수 있다면서, 복귀하라고 호소하기만 했다. 방대한 의대 수업량과 임상실습을 감안하면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의대 교육을 현행 6년에서 최대 5년까지 줄여보겠다며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더니 이제 와선 7500명 동시 수업에 대한 “(교육부 차원의) 대책은 따로 없다”면서 “교육과정 개선이나 운영은 대학에 맡기겠다”고 한다. 대학들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교육부는 면피에 급급할 게 아니라, 보다 솔직해져야 한다. 기존 원칙을 뒤집고 동맹휴학을 사실상 용인할 수밖에 없게 된 걸 설명한 후 국민 이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곤 ‘대학 자율’이란 말 뒤에 숨으려 할 게 아니라, 혼란을 키운 교육부 과오를 인정하고 대학과 함께 책임 있게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의대생들이 내년 1학기에도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여전하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정부가 진정성을 보여줘야 실효적으로 운영될 수 있고, 그때 의료계와의 정원 협상 물꼬도 열릴 수 있다.
30일 오후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이 남겨져 있다. 교육부는 전날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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