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이 남겨져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의 집단휴학 승인 문제를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내년 1학기 복귀를 전제 조건으로 휴학을 승인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일부 의사단체가 ‘조건 없는 승인’을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압박한 데 따른 조처다. 하지만 집단행동의 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어 갈 길이 멀다.
교육부는 내년 1학년 수업을 받아야 하는 학생이 최대 75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5~6년제 교육과정을 짜도록 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임상 실습이 많은 본과 수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교양 수업이 많은 예과 2년 과정을 단축하라는 것이다. 24학번은 6년 과정인 의대 교육을 최소 5년 이상으로 하되 “5.5년이든 5.7년이든 (그에 맞게 대학들이) 커리큘럼을 개설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임기응변식으로 이어지는 정부 대책이 의-정 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는커녕 대화 국면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의대 5년제’를 검토한다고 했다가 “현실을 모른다”는 의료계 반발만 키운 점을 의식해, 이번엔 ‘대학 자율로 5.5년제’라는 새로운 카드를 내밀었다. 하지만 정부가 의대 교육 과정을 의료계와 협의 없이 일방적이고 즉흥적으로 발표하면서 정책 신뢰도만 떨어뜨린 모양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역시나 정부의 계획은 이토록 어설프다. 5년이었다가 이제는 5.5년이냐”며 “정상적 교육을 하려면 2025년도 입시부터 모집 정지하는 것이 맞지만 대통령 고집으로 강행한다면 2026년도 모집 정지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단 “대화나 하자는” 식이라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의료계 협조가 없이는 내년 의대 교육 정상화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꺼번에 7500명을 수업하기 위한 정부 대책에도 구멍이 많지만 의대생들의 복귀가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대 교육 파행은 의사 양성과 배출에 차질을 빚게 만들고 의료공백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전공의 복귀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민과 환자들이 또다시 의-정 갈등의 볼모로 잡힐 수밖에 없다. 정부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라는 형식에만 매달리면서 사실상 무대책으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실질적인 대화 국면 조성을 위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