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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친노·친문보다 약하네…차기 대선 앞둔 '이재명의 숙제' 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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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압승에도 부산서 약세…금정 재보선 20%P차 패배
'PK 출신' 노무현·문재인보다 낮은 영향력 우려
"동진정책 꾸준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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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과 10·16 재보궐 선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PK'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겼다. /박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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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22대 총선과 10·16 재보궐 선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PK'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겼다. 선거 전체를 진두지휘하며 170석이라는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냈으나 부산에서는 기존 2석을 잃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재보선에서도 '텃밭' 전남 영광·곡성 수성엔 성공했지만, 공을 들였던 부산 금정에선 예상보다 큰 격차로 패배했다. 부산·경남 출신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영남에서의 득표력이 약하다는 평가와 함께 대선을 위해 새로운 PK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22.07%P 차로 패배했다. 투표자 9만10명 중 5만4650명이 국민의힘 후보를, 3만4887명이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2022년 치러진 8회 지방선거(24.07%P) 격차가 다소 줄어들긴 했으나 높은 정권심판 여론에도 민주당이 힘을 못쓴 셈이다. 지난 4월 총선 때보다 여권발 악재가 겹겹이 터졌는데도 총선 당시의 13.25%P보다 차이가 더 벌어졌다. 조국혁신당과의 후보단일화까지 성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뼈아픈 결과다.

보궐선거 특성상 젊은 층의 투표 참여도가 낮아 야권에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영남에서 이 대표의 한계가 재차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재보선 다음날인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투표가 국민의힘 주 지지층인 고연령층 위주로 됐을 가능성을 봐야 된다"면서도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의 민주당보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부산 선거에 약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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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 특성상 젊은 층의 투표 참여도가 낮아 야권에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영남에서 이 대표의 한계가 재차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는 이 대표의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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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총선 때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했는데 민주당 입장에서 전재수 의원이 개인기로 한 석 한 거 말고는 과거보다 오히려 의석이 줄어들었다"며 "호남 인구가 영남보다 적기 때문에 PK, 소위 동진정책을 통해 45%까지 득표해야 대선을 이긴다는 공식이 있는데 이 대표가 그런 득표율에 있어서는 확실히 친노·친문계보다는 약하다"라고 분석했다.

이 의원의 발언처럼 다수의 정치권 전문가들도 이 대표의 PK 영향력이 낮다며 차기 대선의 향배는 이 대표가 영남과 중도 확장에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지역주의가 옅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치지형에선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노 전 대통령이나 문 전 대통령보다 TK 출신의 이 대표를 향한 PK 유권자들의 선호도가 기본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수도권에선 대체로 (후보) 개인의 정치적 역량에 따라 평가하기 때문에 출신 지역 자체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지역에선)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아직도 (출신 지역은) 나름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시할 순 없는 부분이다. 호남이나 영남 모두 마찬가지다. 지역의 동질감은 당연히 존재한다"라고 했다.

다수의 국민들에게 이 대표의 정치적 기반은 성남과 경기도로 인식돼 출신지에 따른 이득을 보는 부분이 제한적이라고도 봤다. 박 평론가는 "PK는 전통적으로 반민주당 성향이 강하다. 문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경남 사람이라서 함께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TK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영남 사람들이 보기엔) 서울 사람인 것이다. 당도 민주당이니까 고향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 대표가 가진 급진적 이미지가 영남의 보수성향 유권자에게 반감을 준다는 분석도 있었다.

단순 데이터로 접근한다면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20대 대선 기준 만 18세 이상 성인 2229만8052명)을 제외하고선 영남 권역의 인구가 가장 많다. 영남에서도 대구·경북이 433만명이고, 부산과 울산, 경남을 합친 PK는 668만6625명이었다. 충청(대전·충남·충북·세종) 467만2939명, 호남(광주·전남·전북) 432만9070, 강원 132만8858명, 제주 55만9189명이다. PK만 보더라도 충청이나 호남보다 인구수가 많은 것이다. 민주당이 꾸준히 동진정책을 펼치는 이유도 절대적 인구수 차이에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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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의 발언처럼 다수의 정치권 전문가들도 이 대표의 PK 영향력이 낮다며 차기 대선의 향배는 이 대표가 영남과 중도 확장에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은 이 대표의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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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과 이 대표가 출마한 20대 대선을 비교하면 차이는 두드러진다. 19대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직후 치러진 선거다. 당시 부산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약 87만표를 얻어 38.71%를 득표했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72만표로 31.98%를 얻었다. 울산에선 문 후보 28만표(38.14%), 홍 후보 20만표(27.46%)를, 경남은 문 후보 77만9천표(36.73%), 홍 후보 79만표(37.24%)였다.

20대 대선에선 부산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83만표(38.15%),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127만표(58.25%), 울산은 이 후보 79만표(37.37%), 윤 후보 39만표(54.51%), 경남에선 이 후보 79만표(37.38%), 윤 후보 123만표(58.24%)였다. 문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87만표, 이 대표는 83만표를 얻은 것인데 문 전 대통령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안철수 의원과의 3강구도에서 치러진 반면, 20대 대선은 이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양강구도가 형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PK 투표수를 가볍게 여기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선 민주당의 꾸준한 동진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 평론가는 "부산과 경남, 울산까지 인구가 많아 동진을 계속해야 한다. PK에선 반윤석열 전열만 가지고는 공략이 될 수 없다. 이 대표가 지금의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부산과 경남 출신의 인사를 많이 등용하면서 정책도 많이 제시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 대표는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야성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 대표가) 상당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고 봐 야도의 근성이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며 "지금처럼 윤석열 정권이 실정을 거듭한다면 (민주당으로선) 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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