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ㆍ백화점 남매경영 통해 '새로운 성장' 청사진"
'정용진 체제' 첫 정기인사 소폭 그쳐…"성과주의 고수"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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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벌가 3세 중 첫 여성 회장이 등장했다.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이 9년여 만에 ㈜신세계 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에 이어 그의 딸인 정유경 회장이 백화점 경영 승계 바톤을 이어받은 것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가에 뿌리를 둔 신세계그룹의 이번 승계 구도가 한국 재계에서 이례적인 동시에 재벌가에서도 여성 파워가 계속 커지고 있는 방증이라 본다.
신세계그룹은 30일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정유경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 구축을 위한 것"이라며 "그룹을 백화점과 이마트라는 두 개의 축으로 분리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정유경 회장의 승진 인사는 오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승진 이후 9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그룹 계열 분리를 통한 ‘남매 경영’이 본격화된 셈이다.
‘조용한 리더십’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정 회장은 1996년 조선호텔 상무보로 입사하며 처음 신세계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2009년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하면서 외연확장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러다 2015년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해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정 회장은 미술학도 출신인 자신의 강점을 살려 신세계백화점의 '아트 리테일 비즈니스'를 이끌며 백화점 매출을 계속 높이고 있다. 과거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자리에 선보인 ‘하우스 오브 신세계’가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대중에 언론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신규 점포 개점과 매장 인테리어 등은 직접 챙길 정도로 백화점 사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세계는 정 회장의 승진을 기점으로 이마트와 백화점 계열 분리를 통해 그룹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이명희 총괄회장의 의지이기도 하다. 이 총괄회장은 1991년 삼성그룹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던 신세계를 갖고 나와, 올해 재계 순위 11위로 그룹을 성장시킨 여성파워의 표상이다.
이 회장은 굴지의 유통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캐시카우 역할을 한 이마트와 신세계그룹 사업 전반을 장남인 정용진 회장에게 맡기고, 백화점은 딸인 정유경 회장에게 물려주려는 구상을 착착 현실화하고 있다. 앞서 정용진 회장(당시 부회장)도 2017년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매 분리경영이 어머니의 뜻"이라며 "동생이 백화점 사업을 맡아서 해주면 스타필드, 이마트 등 다른 계열사를 제가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진 회장 체제 이후 처음 단행된 이번 임원인사에선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동시에 이마트24, 조선호텔앤리조트, 신세계푸드 및 신세계L&B, 신세계야구단 대표 등이 일괄 교체되며 '신상필벌' 원칙을 분명했다. 신세계야구단의 경우 상무보 직급을 대표이사로 파격 선임하는 등 능력 위주 발탁에 힘을 실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확고한 친정 체제를 구축한 것은 물론,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역량 중심의 인재를 발탁해 성장에 대한 의지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투데이/배근미 기자 (athena350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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