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플랫폼의 정산금 미지급 사태가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작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플랫폼의 혁신을 가로막기만 하는 규제일지,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구제 방안이 될지 각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티메프(티몬ㆍ위메프) 사태’는 입주업체들에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 특히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유통 생태계의 근간을 흔들었다. 정부는 여러 대책과 함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방안을 내놨다. 국내 매출액이 100억 원 이상인 이커머스 사업자는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하고 20일 안에 판매대금을 입점 사업자에게 정산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벤처업계는 “근본적 원인과 무관한 섣부른 대응”이라며 규제 강화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했다.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리고 혁신을 추진하기 어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관련 산업의 줄 폐업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했다.
공정위는 관련 규제의 적용 대상을 중개거래수익 1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000억 원 이상으로 정했다. 30~40개 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지만, 벤처업계는 규제의 여파가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 이커머스 기업도 잠재적인 규제 대상에 해당해 투자가 위축되고, 혁신 기업의 등장이 사라지는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 플랫폼은 전멸하고 대기업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시각도 있다.
반면 플랫폼 규제 법안의 제정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온 중소기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온라인 중개거래 정산주기와 자금관리에 대한 규제 공백이 티메프 사태 발생의 원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커머스 플랫폼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의 불안요소를 불식하고, 공정‧투명한 플랫폼 시장 거래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소상공인도 정산주기 규제 마련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62%는 5일 이내, 20%는 10일 이내 정산을 합리적인 정산주기로 꼽았다. 중소 플랫폼의 유동성 문제를 입점 기업, 소상공인이 떠안지 않도록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입점 기업들이 또다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산 기간, 판매금 보유 등 관련 공백 해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온라인 중개거래 생태계의 특성을 반영해 혁신 기업의 등장과 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혁신이 사라지고 일부 기업의 독과점 체제가 고착되면 또 다른 갈등에 직면할 수 있다. 배달 플랫폼과 입점 업체들의 수수료 갈등, 테이블오더 기업에 대한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 등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양측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생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규제와 구제의 균형이 절실하다.
[이투데이/정수천 기자 (int100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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