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7 (금)

中서 '반도체 간첩' 몰린 한인의 편지…"통역 없이 중국인 23명과 한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감생활 거의 1년…가족들에 보내던 편지도 9월에 끊겨

"가장인데 길 안보여 답답…정부 외교 노력해달라" 호소

뉴스1

반간첩법으로 체포된 우리 국민이 가족들에 보낸 편지 중 일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회사 창신메모리에 몸담았던 한국인 1명을 반간첩법 혐의를 적용해 구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교민이 반간첩법 개정안 시행 이후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간첩법 혐의로 중국 구치소에 수감된 50대 한국인 A씨는 지난 8월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현재처럼 중국 측이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다른 외교적 방안 없이 중국의 절차대로 지켜만 볼 것인지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알고 싶다"고 전했다. A씨의 딸은 뉴스1에 아버지가 보낸 편지 일부를 공개했다.

그의 가족에 따르면 중국 당국에 수감 중인 A씨는 편지로 가족들과 소통해 왔다. 그마저도 마지막 편지는 지난 9월 29일이다.

A씨가 가족에 보낸 편지에는 "당초 사건 처리가 이렇게 길어질지 생각하지 못했고 향후 얼마나 더 오래 걸릴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아무런 방법도 없고 어떠한 길도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선임 문제나 협상 건, 긴급 생계 지원 등 모든 질문에 대해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다가 간첩죄로 11개월째 구금당하고 있는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원론적 답변이 아닌 실질적 구체 방안을 듣고 싶다"라고도 밝혔다.

그는 지난 7월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비교적 잘 지내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A씨는 "허페이 구치소에 온 지도 한 달 반이 지났다"며 "이곳은 구속되어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이 있는 검찰 시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23명의 중국인과 함께 수감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소통의 어려움이 있지만 그런대로 버틸만하고 7월 영사면담에서 가족들의 소식을 들었다면서도 딸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심경도 전했다. 그는 "졸업식 사진을 받고 눈물이 나 한참을 속으로 울었다"며 "보고싶은 우리 가족 얼굴을 볼 수 있어서 기뻤고 졸업식에 참석해서 축해해 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편지는 안 된다고 하다가 7월 16일부로 쓸 수 있다고 해 소식을 전한다"며 "통역도 없고 음식도 열악하지만 잘 견디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라고도 말했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거주하던 A씨는 지난해 12월 허페이시 국가안전국 소속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됐다. 그는 격리돼 조사를 받다 지난 5월께부터 구속돼 허페이의 한 구치소에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출신으로 이온 주입 기술자인 A씨는 2016년부터 창신메모리에서 해외 인재로 영입됐다. 이후에도 중국 내 또 다른 반도체 기업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다.

A씨의 딸은 아버지가 최초 체포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만큼 정부가 중국 측과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A씨 가족들에 따르면 우리 대사관의 영사 접견은 약 한 달 주기로 이뤄졌으며 지난 9월 26일이 마지막이다.

딸은 "영사 면회를 통해 현재 건강상태가 어떤지 외관상으로 이상 증세가 있는지 정도 등이 확인할 수 있다"며 "변호사 접견에서 피부염 약은 제공됐으나 가장 중요한 당뇨약은 수개월째 지급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딸은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인권 침해 없이 정상적인 조사가 이뤄졌는지 가장 걱정된다"며 "지난해 12월 18일 이후 구치소 생활을 하시고 계시기 때문에 생활적인 면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많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에서도 중국 측과 어떤 협상을 벌이는지,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었는지 설명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jju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