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와 유상증자 동시 추진 경위 등 법 위반 검사 중
"불공정 확인되면 고려아연‧미래에셋 둘 다 책임 울을 것"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부문 부원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 자본시장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김보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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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한 고려아연에 대해 불공정행위 여부가 없었는지를 철저히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이자 유상증자 모집주선인인 미래에셋증권에 대해서도 불공정행위 여부가 발견된다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함용일 자본시장‧회계부문 부원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현안 관련 브리핑을 통해 한 달 이상 이어져 오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한 금감원의 현재 조사‧검사 상황 및 향후 대응 방안을 밝혔다.
함용일 부원장은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 양측의 불공정거래, 근거 없는 특정 세력과의 결탁설, 공개매수 관련 풍문 등 부정거래행위, 인위적 주가 목적의 시장교란 등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중순부터 시작한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의 경영권 분쟁은 한 달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여러 차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경영권분쟁에 대해 양측에 경고를 날렸다. 이달 초 금감원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불공정행위있다면 엄중책임 물을 것"
함용일 부원장은 30일 기습적으로 진행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어제 접수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관련 시장 불안과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시장 눈높이에서 증권신고서 충실 기재여부를 살펴보고 증자목적, 회사와 기존 주주에 미치는 영향, 주주가치제고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 관련 의사결정이 충분히 기재되어 있는지를 철저히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고 30일 373만2650주의 신주를 일반공모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일반공모증자방식으로 진행하는 만큼 기존 주주에 대한 유상증자 우선 청약 권한은 없다. 따라서 기존 주주들의 지가치희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려아연의 기습 유상증자 발표에 금감원은 31일 오전 고려아연 공개매수 사무취급과 유상증자 모집주선인을 맡았던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해 고려아연뿐만 아니라 미래에셋증권까지도 불공정행위 여부 검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함용일 부원장은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한 경위 등 부정거래 및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해당 회사뿐만 아니라 관련 증권사에 대해서도 엄중히 책임을 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당분간 정정 과정 거칠 듯
다만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의 심사와 이 과정에서의 불공정행위 여부를 들여다보는 작업은 별개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즉 불공정행위를 들여다보더라도 당장 고려아연이 공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가 철회되는 일은 없는 것이다.
함 부원장은 "증권신고서 심사 책임에 대해서는 충분히 내용이 거짓 없이 기재되어 있는지를 보고 필요하면 정정명령을 할 수밖에 없다"며 "금감원은 정정 권한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불공정거래 여부가 발견되면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일정과 별개로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거나 필요하다면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등의 행정제재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고려아연이 스스로 유상증자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증권신고서는 당분간 금감원의 심사 아래 문제가 있을 시 정정요구를 받는 형태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공개매수·유상증자, 동시진행 가능성 높다"
아울러 금감원은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동시에 진행한 점에 대해서는 공개매수 진행 기간 동안 미래에셋증권이 고려아연 유상증자 실사를 나갔기 때문에 둘 사이의 연관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10월 4일부터 10월 23일까지 이루어졌는데 공개매수 기간인 10월 14일부터 29일까지 미래에셋증권이 고려아연 유상증자의 실사를 나간 상황이다. 즉 공개매수기간과 유상증자 실시기간이 겹치는 만큼 고려아연과 주관사인 증권사가 유상증자계획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함용일 부원장은 "공개매수신고서와 유상증자 신고서가 있는데 둘 다 관여한 곳이 미래에셋증권"이라며 "이를 동시에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주주입장에선 공개매수에 응할지 말지를 의사결정해야 하는데 대량의 유상증자 소식을 이사회가 알았다면 부정거래 행위 등 문제를 따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영권 사수위해 소각하다 증자까지 손댄 최윤범 회장
한편 이번 고려아연 유상증자는 최윤범 회장 경영권 사수를 위해 진행하는 작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상증자 물량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도록 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앞서 20일 전 진행한 자사주 소각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고려아연은 지난 11일 분명히 주가안정 및 주주권익보호를 위해 자사주 362만3075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밝혔었다. 표면적으로는 소액주주들을 위해 이러한 결정을 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후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결정하기 이틀 전인 28일(공개매수 결제일로 공개매수에 응한 주주들에게 대금이 들어가는 날)1주당 89만원에 자사주 204만30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확보를 하자마자 취득한 204만30주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결과적으로 고려아연은 주주를 위해 자사주를 소각한다 해놓고 소각 수량보다 더 많은 신주를 기존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도 아닌 일반공모증자 방식으로의 신주 발행을 결정했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고려아연에 투자한 주주들은 물론 분쟁 이후 고가에 고려아연 주식에 투자한 주주들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유상증자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 29일(종가 기준) 154만3000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고려아연 주가는 90만원대까지 내려앉은 상황이다.
소액주주들의 지분가치희석과 주가하락만이 문제는 아니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하나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갚는데 이번 유상증자 자금 2조3000억원을 쓴다. 결국 주주에게 손을 벌려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사수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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