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1 (금)

[사설] 김칫국부터 마신 체코 원전 수주, 이렇게 될 줄 몰랐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체코 반독점당국이 지난 30일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 수주 계약 추진을 일시 보류하도록 결정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인 것이다. 두 기업은 지난 7월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공정한 경쟁이 아니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는 지난 9월3일 두 기업의 이의 제기 사실을 공개하며 사안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최종 결론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두 달 만에 본조사에 임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번 사안은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법정에서 한수원에 대해 제기한 지식재산권 위반 소송과는 별개이다.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주에 또 다른 장애물이 추가됐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호언장담했던 내년 3월 정식 계약 체결은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가 한수원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국가적 쾌거라며 요란하게 홍보하고,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해 경제협력 선물을 풀어놓은 뒤 불거진 일이라 당혹스럽다. 부산 엑스포 유치에 처참하게 실패한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밖에서 제기된 장애물들은 차치하더라도 체코 원전 수출은 한국 내에서 엄밀한 경제성 검증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권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출 때처럼 주요 부품을 외국에서 조달하고, 체코 현지 기업에 60% 참여율을 보장하며, 한국이 건설비용을 저리로 빌려주게 되면 애초 정부가 말했던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장담할 수 없다.

덧붙여 명태균씨 개입 의혹이 제기된 제2 창원국가산단 조성 사업도 원전 산업 진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 만큼 윤석열 정권의 원전 진흥 정책 전반을 사후적으로라도 검증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한·체코 경제혁신파트너십프로그램 협력 양해각서 서명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옷의 생애’를 게임으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