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1 (금)

모든 아름다움 뒤에는 이면이 있다···현대카드, 미카 로텐버그 국내 첫 개인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현대카드, 미카 로텐버그 국내 첫 개인전

블랙코미디 형식의 재기 발랄한 작품 15점 전시

대표작 '노 노즈 노즈' 로 자본주의 이면 고발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저장성 주지시의 진주공장. 예닐곱 명의 여성들이 쉴 새 없이 진주 조개에서 진주를 캔다. 한 명은 커다란 조개의 입을 벌리고, 또 다른 한 명은 조개 속에서 내장을 헤집어 진주를 끄집어 낸다. 또 다른 누군가는 물에 씻은 진주 속에서 쓸만한 진주를 골라낸다. 능숙하게 진주를 골라내는 여성들의 손은 뭉툭하고 시꺼멓다.

화면은 갑자기 전환돼 사무실에 앉아있는 한 금발의 백인 여성을 보여준다. 여성은 꽃다발에 계속 코를 갖다 대며 숨을 쉰다. 여성의 코는 마치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것처럼 길어졌다 붉어졌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여성은 거칠게 재채기를 한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이 기괴한 영상은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된 아르헨티나 출신 미디어 아트 작가 미카 로텐버그의 대표작 ‘노 노즈 노즈(No Nose Knows)’이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린 미카 로텐버그의 국내 첫 개인전 ‘노 노즈 노즈(No nose Knows)’는 마치 블랙코미디 공연장을 방불케 한다. 버섯을 닮은 조명 ‘램프 셰어’와 펄럭이는 말의 꼬리처럼 생긴 포니테일 등 전시장에 놓인 15점의 작품은 모두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든 작품이 ‘원초적인 감각’을 이야기한다는 것. 감각은 코, 손과 같은 우리 신체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에서 시작된다.

전시장에 입장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영상 ‘재채기(Sneeze)’에서는 한 남성이 계속해서 재채기를 한다. 그의 코는 우스꽝스럽게 길쭉하다. 그가 재채기를 하면 토끼, 날고기, 전구 등이 터져 나온다. 작가는 “후각은 촉각, 시각처럼 세상을 이해하고 상품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 중 하나이면서 모든 감각기관의 관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작인 '램프셰어'는 스튜디오 주변에서 발견한 침습 덩굴과 뉴욕에서 수집한 폐플라스틱 등을 이용해 제작했다. 작가는 이를 통해 현재 지구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환경 문제를 고민한다. 전시장은 블랙코미디 공연장을 방불케 한다.관객들은 화려한 색과 우스꽝스러운 설정에 눈을 뗄 수 없다. 작가는 “나의 작품은 고정된 해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저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의 전시는 기괴하다. 한참을 들여다보면 관객들은 점차 씁쓸해진다. 결국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아름답지 않은 과정을 통해 생산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대표작 ‘노 노즈 노즈’를 보자. 전시장 입구에 놓여 있는 플라스틱 바구니는 진주 생산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 우리가 보는 진주는 영롱하고 반짝이지만 진주가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은 역할 정도로 지저분하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캔다’는 말조차 아름답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우아하지 못하다. 작가는 한 제품의 생산 과정을 노동 현장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오래된 TV처럼 꾸며진 상자 속에서 재생되는 또 다른 영상 ‘메리의 체리(Mary’s Cherries)’ 속 인물은 손톱을 ‘수확’해 이를 으깨서 체리를 만든다. 해당 작품은 ‘손’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농장에서 체리가 생산돼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허구처럼 느껴진다”며 “모든 물체의 생산에 관여되는 다량의 에너지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3월 2일까지.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