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2 (토)

[우리땅,우리생물] 석이는 버섯이 아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깊은 산 속 사람의 손이 잘 닿지 않는 절벽이나 바위에 붙어있어 ‘절벽 위의 꽃’이라고 불리는 귀한 생물이 있다. 바로 사람들이 오랫동안 석이버섯으로 부르고 있는 ‘석이’다. 이름 때문에 이들을 버섯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석이는 버섯이 아닌 지의류이다.

버섯 같은 균류와 조류(또는 남조류)가 공생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지의류이다. 균류는 조류(또는 남조류)에게 안락한 생활 환경 및 물과 무기질을 제공해 주고, 조류(또는 남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얻은 영양분을 균류에게 제공한다. 이렇게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지면 이들은 전혀 다른 형태인 지의류가 된다. 지의류는 광합성이 가능해 바위와 같은 양분이 없는 장소에서도 살 수 있지만, 버섯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나무, 곤충, 토양 등 살아 있거나 죽은 생물로부터 영양분을 얻는다. 이런 차이에서도 지의류는 버섯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석이의 학명은 Umbilicaria esculenta인데 속명 Umbilicaria는 ‘배꼽 모양의’란 뜻이고, 종소명 esculenta는 ‘먹을 수 있는’이라는 뜻이다. 속명은 석이의 형태에서 알 수 있다. 석이는 회갈색 원형으로 윗면은 편평하고, 뒷면은 식물 뿌리와 비슷한 형태의 가근이 있다. 가근은 전체가 잔털로 덮여있고 가운데에는 생육지에 부착할 수 있게 뭉쳐진 형태가 있는데, 이 부분을 위에서 보면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배꼽 모양으로 보인다. 종소명은 말 그대로 식용 가능하다는 의미로 잡채, 된장국 등과 같은 음식 재료나 해열, 지혈 등의 약재로 사용된다.

석이는 일 년에 1mm 정도로 느리게 성장하고 재배가 되지 않아 시중에 판매되는 것은 모두 자연에서 채집된 것이다. 산을 오르다 바위에 붙어있는 석이를 만나면, 버섯과는 다른 생태계의 구성원인 ‘지의류’를 떠올려 보길 바란다.

한정은 생물다양성교육과 환경연구사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