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 지연 위해 노력”으로 후퇴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0일(현지 시각)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고위급 회담을 갖고 있다./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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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향해 줄곧 요구해왔던 ‘비핵화’라는 단어가 9년 만에 빠졌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30일(현지 시각) 미 국방부 청사에서 SCM을 개최하고 내놓은 공동성명에는 ‘북한 비핵화’라는 단어가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한미 국방 당국의 가장 공신력 높고 제도화된 문서에 한미 동맹의 핵심 목표가 빠진 것이다. 이는 북한에 ‘핵 포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개념은 이제 이론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소멸했다”(지난 28일 유엔총회)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 당국은 공동성명에는 “양측은 동맹의 압도적 힘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조율해나가는 동시에,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을 단념시키고 지연시키는 노력을 추진해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에서 ‘핵 개발 지연’으로 크게 후퇴한 것이다. 비핵화 문구는 과거 SCM 성명에 간간이 등장하다가 2016년 48차부터 지난해 55차에 이르기까지 매번 포함됐다. 특히 2018년 50차부터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더 입장이 강화됐었다.
북한 비핵화가 사라진 원인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비핵화보다 핵 사용 억제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미국 조야의 기류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지난 4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언론에 “미국은 중간 단계 조치를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당시 장호진 안보실장이 “미국 고위층에 ‘중간 단계’라는 것은 없다고 여러 번 확인했다”고 했는데 이를 반박한 것이다. 이후 미국 민주당도 8월 올해 정강 발표에서 북한 비핵화를 삭제했다.
국방부는 “성명에서는 빠졌지만 한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양국 외교·국방장관 2+2 회의에서 얘기를 할 내용이라 공동성명에서 빠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오히려 2+2에서는 정치적·정무적 판단이 이뤄지니 ‘비핵화’를 발표에서 뺄 수 있겠지만 SCM 공동성명에서 빠지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군사적 최종 목표인 ‘북한 비핵화’가 사라진 것은 북한이 올해 ‘통일’을 헌법에서 삭제한 수준의 사건”이라고 했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 SCM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대남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 풍선 도발이 지금 거의 선을 넘어가고 있다”며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낙하 후 수거’ 방식 외에 물리적 타격 등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워싱턴=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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