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8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제16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장사정포요격체계 사업추진기본전략 수정안과 체계개발기본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로켓포탄을 요격하는 이스라엘산 아이언돔 발사대에서 요격탄이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LAMD는 핵심시설을 북한 장사정포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사업으로 2022~2033년까지 2조 9494억 원이 투입된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설 한국형 3축 체계인 킬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대량응징보복(KMPR) 중 KAMD로 분류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장사정포요격체계 개발을 더욱 가속화, 실전배치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술적 난도가 상당히 높지만 실전배치가 이뤄진다면, 북한 장사정포의 1차 공격을 저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력화 2년 앞당겨…KAMD 통합은 과제
장사정포요격체계는 흔히 이스라엘이 하마스·헤즈볼라 로켓을 저지하는데 투입한 아이언돔과 비교되지만, 기술적으론 상당한 차이가 있다.
조잡한 로켓을 간헐적으로 조금씩 쏘는 하마스·헤즈볼라와 달리 북한군은 정밀유도가 가능한 초대형 다연장로켓을 대량 운용한다. 최악의 경우 수천 발의 로켓탄이 휴전선 이남의 주요 시설을 강타할 수 있다.
군 당국이 아이언돔 도입을 권고하는 일각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독자 개발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북한이 장사정포의 성능을 개량, 시험발사를 지속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자 정치권 등에선 장사정포요격체계의 조기 전력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은 처음에는 기술적 난도 등의 이유로 조기 전력화에 부담스러운 모양새였지만, 결국 전력화 시기를 앞당겼다.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을 저지할 방법을 서둘러 확보해야 하는 상황을 외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국내에서 개발되는 장사정포요격체계 발사대와 요격탄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방추위를 통해 전력화 시기를 2029~2033년으로 조정했다. 기존 전력화 시점이 2031년에서 2029년으로 2년 앞당겨진 것이다. 이는 기술적 성과와 더불어 제도 개선에 힘입은 결과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탐색개발 기간을 3년으로 잡았으나 2년만에 완료하면서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며 “체계개발 단계에서 양산 제품 일부를 전력화하는 방식으로 조기 전력화를 추진하고자 시제품 생산 일부 비용을 체계개발비로 가져가는 협의를 기획재정부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사정포요격체계는 북한이 쏠 로켓탄을 탐지할 다기능레이더와 요격탄 및 발사대로 구성된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하는 다기능레이더는 다수 표적을 상대로 동시에 교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되는 천궁-Ⅱ처럼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사용, 최대 130여발의 로켓탄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탐지·추적할 수 있다.
LIG넥스원이 개발하는 요격탄은 해궁 함대공미사일을 개조한 형태로서 사거리 7㎞, 고도 5㎞다.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아이언돔 요격탄인 타미르 미사일처럼 1발당 가격이 1억원을 넘는다면, 비용 문제로 대량생산이 어렵다. 이는 장사정포 요격체계의 효용성과 가성비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대당 단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야 요격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발사대는 요격탄 32발을 탑재하며, 1개 포대는 발사대 6개를 운용한다. 1개 포대가 192발을 쏠 수 있다.
장사정포요격체계에 쓰이는 다기능레이더. 차량 탑재형과 고정형으로 구분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장사정포요격체계는 300㎜ 방사포 공격을 저지하는데 유용하다. 다만 북한이 새로 개발한 전술유도무기와 600㎜ 방사포에 대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600㎜ 방사포를 요격할 장사정포요격체계-Ⅱ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장사정포요격체계-Ⅱ는 레이더와 교전통제소를 장사정포요격체계와 공유하고, 요격탄의 성능을 끌어올려 기존보다 높은 고도에서 장사정포 공격을 저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장사정포요격체계 운용효과가 극대화하려면 고려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방어지역은 넓지만, 요격자산은 부족하므로 ‘선택과 집중’에 의한 전략이 필수다.
이를 위해선 종합적인 계획과 원칙, 기준이 있어야 한다. 또한 방어지역의 요격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 유사시 요격탄 발사·비축 수량과 작전 절차 등을 담은 교전규칙을 설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평시에 요격탄을 얼마나 확보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설정할 수 없다.
하지만 군이 현재 설정한 장사정포요격체계 배치 방식 등이 한반도 전략환경에 적절한 지는 불확실하다.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민간 시설에 대한 방어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KAMD와의 연계성도 문제다. 공중에서 날아오는 위협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것은 공군 방공망, 육군 국지방공레이더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많은 방사포탄과 전술유도무기를 장사정포요격체계 외의 탐지수단이 포착해서 추적한다면, 유사시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선 처음부터 각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이를 구현할 지휘통신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따라 장사정포요격체계와 KAMD와의 시너지가 확보될 수 있다.
미 공군의 신형 전자전기 EA-37B가 비행하고 있다. 공군이 새로 개발하려는 전자전기도 이와 유사할 전망이다. L3해리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자전기·패트리엇 도입 등도 추진
이날 방추위에선 △공군 전자전기(Block-I) 사업추진기본전략 수정안 △공대함유도탄-Ⅱ 사업추진기본전략안 △패트리엇 성능개량 2차 사업추진기본전략 수정안 및 구매계획 수정안 △K2전차 4차 양산 1500마력 변속기 적용안도 심의·의결됐다.
전자전기 사업은 전자전 수행체계 개발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했으나, 이번 의결로 방산업체 주관으로 바뀌었다. 2032년까지 1조8489억원이 투입된다.
4대가 도입될 전자전기는 블록(Block-Ⅰ·Ⅱ)로 구분해서 개발될 예정이다. 전자 분야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게 이뤄지는 현재 상황을 감안, 더 우수한 기술을 반영할 수 있도록 2대씩 블록을 나누게 된다. 사업공고는 내년쯤 나올 전망이다.
전자전기 사업은 국내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체계통합 분야에서,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전자전 수행체계 분야에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자전기 사업의 특성에 원인이 있다. 전자전기 플랫폼은 수입품이지만 내부 전자장비는 국산으로 채워진다.
공군 소속 패트리엇 지대공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공중급유기나 조기경보통제기처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공군 특수목적기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분야가 정찰기와 전자전기다.
전자전기 사업은 개발 소요가 적지 않다.
백두 정찰기는 다양한 탐지자산을 비즈니스 제트기에 체계통합하는 것이었지만, 전자전기는 감시정찰기능에 원거리 전자 공격과 방어 기능이 추가된다. 표적과 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전자전을 벌여야 하는 체계를 국내에서 새로 개발해야 한다. 개발 소요가 상당히 크다.
사업을 수주하면 첨단 전자전 장비의 체계통합 및 구성품과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을 충분히 쌓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자전 비중이 확대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이에 따라 전자전기 사업이 본격화하면, 기술적 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공군 특수목적기 시장에서 자체 개발 비중을 확대를 원하는 국내 업체의 관심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공대함유도탄-Ⅱ 사업은 현재 개발 중인 KF-21에 장착할 공대함유도탄을 국내연구개발로 확보하는 것이다. 2026년부터 2035년까지 5641억 원이 투입된다.
패트리엇 성능개량 2차 사업은 요격고도가 40㎞로 높아진 PAC-3 MSE를 추가 확보하고 발사대를 성능개량하는 사업이다. 2031년까지 1조9507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육군 K2 전차 4차 양산에 국산변속기를 적용하는 방안도 확정됐다. 기존에 제작된 K2 전차에는 독일산 변속기를 썼다. 2028년까지 군에 공급될 150대의 K2 전차에는 SNT다이내믹스 제품이 장착된다.
육군 장병들이 정비훈련 도중 차량에서 엔진을 꺼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 결정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군이 설정한 K2 전차 1500마력 변속기의 내구도 검사 기준은 320시간. 그런데 국산 변속기는 306시간 완료 후 결함이 발생해 검사를 끝냈다. 원래대로라면 문제를 보완하고 나서 재시험을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방추위에선 내구도 검사 결과와 업체가 제안한 추가 품질보증 대책, 관련기관 의견 등을 종합 고려해 국산변속기 적용을 결정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2차 양산 때는 320시간 중 237시간에서 결함이 발생했으나 이번엔 307시간 중 문제가 발생했다. 설정된 시간(320시간)의 95% 이상이었고, 기존에 나타났던 변속장치 주요 부속품 문제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가 된 부분은 유체감속기를 구성하는 소자의 세부 품질 문제로서 품질관리로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군 운용 측면에서 봤을 때 국산이 유리한 측면이 있고, 수출 가능성 등도 고려했을 때 국산 변속기를 적용하는 것으로 의결했다”고 덧붙였다.
국산 변속기를 쓰면 K2전차 파워팩(엔진+변속기)은 완전히 국산화된다. 우리 군의 원활한 후속 군수지원과 더불어 독일 정부에 의해 수출작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감소할 전망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우리 군에) 전력화된 수백 대는 수명까진 사용할 것이고, 4차 양산부턴 국산 파워팩으로 전력화할 계획”이라며 “나중에 외국산 변속기를 국산으로 바꾸는 것은 기술적 측면에서 어렵지 않아서 별도 논의를 거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