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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이웃이 돌봐주고 전철역서 등하원···공동육아 구현한 獨·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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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공동 기획 0.7과 1.2의 저출산 솔루션] <중> 지역공동체의 육아법

獨 베를린

중장년층과 10세 이하 아이 연결

주 1~2회 월 20여시간 함께 보내

소풍·영화관람 등 끈끈한 관계 맺어

日 나가레야마市

부모들 송영터미널에 자녀 맡기면

교사 지도로 어린이집·유치원 등원

시내 식당 21곳서 아이식사 제공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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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9월 독일 베를린의 ‘그로스엘턴딘스트(조부모 서비스) 센터’. 이곳에서는 55~70세 사이 중장년층과 0~10세 사이 아이들을 이어주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저마다 가정과 연결돼 주 1~2회, 월 20여 시간씩 함께 시간을 보낸다. 부모의 퇴근이 늦어질 때 아이들을 맡아주는 것은 물론 다같이 소풍이나 영화 관람을 하러 가며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 사실상 봉사 활동에 가까워 시간당 사례비도 독일 최저시급의 3분의 1 수준인 4유로 남짓이라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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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독거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취지로 1989년 베를린여성협회가 시작한 이 활동은 현재 그 어떤 베이비시터 서비스보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로스엘턴딘스트에서 만난 프로젝트 매니저 헬가 크룰(64) 씨는 “단순한 돌봄을 넘어 아이가 조부모와 따뜻한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인기의 비결을 설명했다. 외곽 지역이나 해외에서 유입된 인구가 30% 안팎인 베를린에서 3세대가 교류하며 사는 경우는 희박한데 이때 그로스엘턴딘스트가 조부모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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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300여 가정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특히 미혼모·미혼부 등 한부모 가정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크룰 매니저는 “현대 사회에서 아이를 홀로 키우면서 직장인과 부모 역할을 병행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따뜻한 보살핌이 절실한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서비스”라고 전했다. 센터는 한부모·저소득층 가정 등을 우선적으로 서비스에 배정해주고 협의에 따라 무급 이용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주민 가정들의 수요도 높다. 크룰 매니저는 “언어 소통만 가능하다면 신청에 어떤 제약도 없다”며 “동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 다양한 이민자 가정이 이용 중”이라고 말했다. 그로스엘턴딘스트의 대기 명단에는 현재 600가정 이상이 이름을 올려둔 상태다.

지역 공동체가 함께 아이를 양육하는 시스템은 돌봄의 공백을 메워줄 훌륭한 대안으로 꼽힌다. 일본 지바현 나가레야마시는 시 차원에서 돌봄 육아를 구현한 모범적인 사례다. 일본 도쿄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21만여 명 규모의 중소 도시인 이곳은 다양한 육아 지원으로 신규 인구 유입이 2019년까지 6년 연속 전국 1위(전국 792개 시 기준)를 기록했다.

특히 나가레야마와 도쿄를 잇는 ‘쓰쿠바 익스프레스’ 정차역인 오오타카노모리역·에도가와다이역 두 곳에 설치한 송영 터미널은 전국적인 벤치마킹 사례로 꼽힌다. 쓰쿠바 익스프레스로 출퇴근하는 부모들이 송영 터미널에 자녀를 맡기면 교사의 지도에 따라 버스를 타고 지역 곳곳의 어린이집·유치원으로 등원한다. 오후에 하원한 아이들은 송영 터미널에서 다시 퇴근한 부모들과 만나 귀가한다. 나가레야마시 오오타카노모리역 송영 터미널에서 만난 이시바시 도모미(35) 씨는 “집에서 가까운 유치원은 자리가 없어 먼 곳으로 보내야 했지만 송영 터미널 덕분에 등·하원이 부담 없다”며 “나가레야마로 이주해 송영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업무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가레야마의 육아 지원 정책은 촘촘하기로 유명하다. 시내의 어린이 식당 21곳에서는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의 식사를 제공한다. 또 패밀리서포트 센터 2곳에서는 ‘서비스 제공자’인 주민과 ‘서비스 이용자’인 주민들을 매칭해준다.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경우 이웃들이 나서 초단기 돌봄을 돕는다. 서비스 제공자·이용자 모두 지역 주민이다보니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지역 내 커뮤니케이션이 돈독해지는 효과도 있다. 출장·경조사 등으로 부모의 부재가 더 길어지면 ‘어린이 쇼트 스테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하루 또는 이틀가량 숙박하면서 식사도 제공받는다.

서울경제신문·교도통신 취재진과 만난 이자키 요시하루 나가레야마시장은 “일을 하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1년째 연임 중인 그는 2003년 취임 이후 15곳에 불과했던 보육원을 104곳까지 늘렸다. 덩달아 초등학교도 최근 10년 새 4곳이 더 생겼다. 보육교사 임금도 도쿄보다 4만 엔(약 36만 원)가량 더 지급한다. 한정된 인구를 두고 대도시와 경쟁해야 하는 만큼 더 큰 메리트를 내세운 셈이다. 이 덕분에 2004년 15만 명이었던 나가레야마 인구 수는 현재 21만 명까지 증가했다. 또 지난 15년간 나가레야마의 출생률은 40% 상승,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 1.56명으로 일본 전체(1.27명)보다 높다. 이자키 시장은 “다양한 제도가 안착했고 앞으로는 장애 아동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육아를 하는 부모든, 장애인이든, 성소수자든, 외국인이든 나가레야마라서 행복하고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베를린=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나가레야마=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나가레야마=박창규 기자 kyu@r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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