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관계 "尹은 끊었지만 김 여사가 못 끊어"
친윤 강승규, 尹-명 통화 녹취록 조작 의혹 제기
정진석, 천하람과 지지율 설전... '국회 모독' 논란도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 대상 종합 국정감사에서 굳은 표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와의 통화 녹취록 관련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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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1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을 두고 격돌했다. 야당은 "대통령 탄핵 사유" "초유의 국정농단"이라며 총공세를 펼쳤고, 대통령실과 여당은 "정치 공세" "덕담을 건넸을 뿐"이라고 엄호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의 육성 통화 녹취가 “법적·정치적·상식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위해 연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양=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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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대통령 탄핵해야" 총공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감에서 윤 대통령·김건희 여사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이에 이뤄진 통화를 '국정 농단'으로 규정했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와 지금 상황을 비교해 보면 당시는 최순실 1명에게 농락당했다"면서 "지금은 김 여사, 명태균 2명에게 국정농단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전날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공천 리스트를)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공천) 해줘라라고 했다"는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 탄핵 주장도 터져 나왔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의 녹취를 통해 김건희 카르텔의 범죄 혐의가 낱낱이 밝혀졌다"며 "대통령 탄핵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난간의 와이어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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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호위 무사 나선 정진석
야당의 공세에 대통령실은 적극 반박에 나섰다. 정진석 실장은 "(윤 대통령) 취임식 전날 (명씨로부터) 전화가 온 것뿐"이라며 "그 사람도 초반에 조언도 했으니까, 감사·축하를 덕담으로 건넬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매몰차게 명씨를 끊었지만, 배우자인 김 여사는 그렇게 못한 것"이라며 "남편 몰래 명씨를 달래 선거 끝까지 끌고 가고 싶었던 것"이라고 했다.
전날 윤 대통령과 명씨 통화 내용을 공개한 민주당의 정략적 의도를 의심하기도 했다. 정 실장은 "이 모든 것이 대통령을 죽여 (이재명) 대표를 살리려는 야권의 정치 캠페인"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출신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소리규명연구소에 따르면 녹취가 크게 세 구간에서 편집·조작됐다고 한다"며 전날 공개된 통화 내용의 조작설도 제기했다.
이날 답변에 나선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방불케 했다. 야당이 김 여사를 '김건희'라고 칭하자 정 실장은 "적어도 김 여사라는 호칭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제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 이렇게 얘기하면 좋겠느냐,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사우나·스크린골프장 등 호화시설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 "과거 청와대처럼 옷장이 30여 개가 있거나 하지 않은 아주 검소하고 초라한 관저"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탄핵 사유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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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그러니 지지율 이 모양", 여 "야당이나 잘하라"
정 실장과 야당 의원 간 신경전도 고조됐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눈속임을 하려니까 윤 대통령 지지율이 이 모양인 것"이라고 하자, 정 실장은 "개혁신당 지지율이나 생각하라"고 맞받았다. 정 실장은 "천 의원이 명씨를 더 잘 알지 않느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새벽 4시에 사찰에 가서 홍매화를 심지 않았느냐"고 비꼬았다. 천 의원이 4월 총선 전 이 전 대표, 명씨와 경남 칠불사에서 홍매화를 심은 일을 언급한 것이다.
야당은 정 실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았다. 민주당 소속인 박찬대 운영위원장은 "정부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물어볼 수 있는데 '너희 정당이나 걱정하라'고 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사과 못 한다"고 버티던 정 실장은 결국 "지나친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제가 국회를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공천 개입 의혹을 직접 묻겠다'며 김 여사에게 국정감사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동행명령장을 직접 전달하겠다며 용산 대통령실로 찾아갔지만,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과 대치하다 전달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권우석 인턴 기자 kws6824@naver.com
임주영 인턴 기자 yimjoo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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