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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 (일)

남편 몰래 ‘샤이 해리스’…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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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결정한 변수는 ‘백인 여성’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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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성을 보호하려 합니다. 여성이 그걸 원하건, 원치 않건 말이죠.”(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30일 유세 중 발언)

“트럼프 발언을 보아하니 그는 여성의 몸에 대한 결정을 자기(트럼프)가 대신 내리려 하나 보군요.”(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위 발언에 대한 X 게시물)

사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초접전 구도로 흐르는 가운데 민주당의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행(行)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핵심 유권자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낙태권 이슈로 결집 중인 여성 유권자가 선거 당일 해리스에게 표를 얼마나 몰아줄지, 민주당의 든든한 지지 세력이었으나 최근 이탈 조짐을 보이는 흑인·히스패닉 등 유색인종 남성들의 표가 트럼프에게 실제로 얼마나 쏠릴지가 막바지 변수로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는 러스트벨트(쇠락한 옛 공장 지역,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세 주와 선벨트 네 주(일조량이 많은 남부 지역,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 등 일곱 경합주 결과에 따라 판가름이 날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가 집계한 주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든 경합주에서 지지율은 1~2%포인트 차이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막바지 표심의 흔들림에 따라 ‘무게 추’가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질 수 있는 상황이란 뜻이다. 이런 가운데 낙태권을 중심으로 여성의 권리 옹호가 두드러진 이번 선거에서 보수 성향이 많고 공화당 지지세가 강했던 백인 여성이 얼마나 해리스로 돌아설지가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지난달 31일 “민주당 캠프가 가장 공들이는 것 중 하나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맞붙은) 8년 전 대선과 달리, 백인 여성들이 여성 후보인 해리스에게 공감하며 표를 주도록 하는 것”이라며 “친구나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해리스를 찍는 ‘사일런트(silent·조용한) 해리스’ 지지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백인 여성은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는, 미국 내 가장 큰 인구 집단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지지율이 박빙인 상황에서 해리스와 트럼프는 여성 표를 잡기 위해 연일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가 지난달 30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 때 여성에 대한 불법 이민자의 성폭력 문제를 언급하며 “(캠프) 스태프들이 ‘여성 보호’ 같은 표현은 부적절하다면서 (내게) 사용을 자제하라고 요청했지만, 나는 여성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 나라 여성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한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좋아하든 싫어하든’이라는 문구가 특히 도마에 올랐다. 해리스는 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는 여성의 몸에 대한 결정을 자기가 하겠다고 한다”고 비난한 데 이어 애리조나주 피닉스 유세에서 “트럼프는 여성의 지성과 결정권을 존중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여성을 신뢰한다”고 했다.

이번 대선일에 애리조나·네바다 등 경합주를 포함한 열 주가 낙태 찬반 주민투표를 함께 실시한다는 점도 ‘샤이(shy·수줍은) 해리스’를 기대하게 하는 변수다. 과거 트럼프에게 표를 주었던 보수적인 백인 여성들이 낙태권 옹호 투표를 하면서 이번 대선만큼은 해리스를 선택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트럼프가 첫 임기(2017~2021년) 때 다수를 임명해 보수 성향이 짙어진 미 연방대법원은 2022년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많은 여성은 이 결정이 여성의 인권 신장에 역행하는 판결이라고 반발했고 민주당 측은 ‘그런 대법원을 만든 사람이 트럼프’라며 공격해 왔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여성 참정권 확대 운동이 확산한 20세기 초 이후 여성의 권리가 이토록 큰 대선의 이슈로 부각된 일은 드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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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윤혜


여성 중에도 백인 여성이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흑인 여성의 경우 해리스 지지율이 90%가 넘는 등 유색인종 여성의 해리스 지지율은 이미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백인 여성은 ‘표심’이 변한다는 신호가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 때 53%가 트럼프, 46%가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을 지지했지만 최근(지난달 16~21일) 조사 때는 트럼프 지지가 46%, 해리스가 43%로 격차가 좁혀졌다. 해리스 캠프는 백인 여성 중에 낙태권 문제와 트럼프의 잇따른 여성 비하 발언 등을 계기로 공화당에 등을 돌린 ‘숨은 지지층’이 더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대선 때까지 이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미 유명 배우로 해리스를 지지해온 줄리아 로버츠는 지난달 30일 공개한 영상 광고에서 “투표소 안에서 있는 일은 아무도 모른다. 여러분은 원하는 대로 투표하면 되고, 그 누구도 모를 것”이라면서 ‘남편 모르게 해리스에게 표를 던지라’고 여성 유권자를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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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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