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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100년 전 막스 베버의 경고 “주술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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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두규의 國運風水]

비보술은 주술 행위고 풍수는 터잡기 기술이다

“장님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는 21세기 대한민국 ‘의식 흐름’의 막장을 보여주는 유행어다. 근원은 도대체 어디일까?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는 현대사회의 특징을 탈마법화(Entzauberung)라 하였다. 온갖 주술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그는 ‘주술에서 세계를 해방한 합리화 과정’을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으로 보았다. 이 합리화 과정을 이끌어 가는 것이 ‘학문’이다. 베버에게 학문은 바로 세계의 합리화 과정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수단이다. 100년 전 이야기다.

베버는 유럽과 달리 아시아는 과학·예술·경제·국가 발전에 ‘합리화가 결여되었다’고 하였다. 그러한 까닭에 중국(그 영향권에 있는 한반도)의 종교는 서양처럼 종교의 합리화를 거치지 않은 ‘주술 종교(Zauberreligion)’였을 뿐이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학자마다 ‘학문’의 방법론은 다를 수 있다. 필자에게도 ‘명증(明證)’한 학적 방법론이 있다. 그 시작은 ‘의심과 부정(Negation)’이다. ‘부정의 부정(Negation der Negation)’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게 한다. 풍수학자로서 감히 OX 문제를 제시한다. <정답은 맨 아래>

1. 한반도 풍수학의 비조라 알려진 도선(道詵)은 실존 인물이다.( )

2. 도선의 조언에 따라 고려 태조 왕건의 아버지는 송악에 집을 지었고 아들이 왕이 되었다.( )

3. 왕건은 삼한 통일을 예언한 도선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 )

4. 왕건은 후대 왕들을 위해 10가지 지침 ‘훈요십조’를 남겼다.( )

5. ‘훈요십조’에는 도선의 비보 풍수를 엄수하라는 내용이 있다.( )

6. 비보 풍수란 도읍지 옮기기[遷都], 궁궐과 정자 신축, 법회, 굿 등을 통해 재앙을 복으로 바꾸는 개운(開運) 행위다.( )

7. 묘청·신돈은 도선의 제자를 자칭하고 서경(평양)·충주 천도론을 주장했다.( )

8. 단재 신채호 선생은 묘청의 서경 천도론을 높이 평가했다.( )

9. 무학은 태조 이성계를 위해 한양(현 서울)을 도읍지로 정했다.( )

10. 개국 공신 정도전은 풍수설에 따라 도읍지를 개경에서 한양으로 옮기는 데 찬성했다.( )

11. 무학과 정도전은 북악산과 인왕산 주산 논쟁을 벌였다.( )

12. 무학 대사는 고승으로서 당시 조정과 동료 승려들에게 존경받았다.( )

13. 고려와 조선의 풍수관리[일관·日官과 지관·地官]는 비보 풍수 행위 전담자들이었다. 따라서 풍수술과 비보술은 같은 것이다.( )

14. 승려도 속인도 아닌 ‘비승비속(非僧非俗)’들인 묘청·신돈·진령군·라스푸틴 등이 나라를 멸망케 하였다.( )

위 문제들 가운데 몇 개가 참이고 몇 개가 거짓일까?

한국학 학자들뿐만 아니라 주요 칼럼니스트들까지 이에 대한 본질적 의심을 하지 않은 채 신문과 방송의 ‘만만한’ 주제로 삼는다. 비보술은 주술 행위이며, 풍수술은 터잡기의 기술(예술)이다. 따라서 서로 전혀 다르다.

결론이다. 도선은 실존하지 않았다. 왕건의 탄생과 삼한 통일을 예언하였다면 왕건은 그를 위해 포상 작업을 대대적으로 하였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 ‘도선의 스승’인 혜철(785~861)과 ‘도선의 제자’인 경보(869~948)의 비문에 도선은 언급되지 않았다. 도선은 1000년 넘게 한반도 상공을 배회하면서 주술이란 검은 비를 뿌리는 늙은 악마였다. 그리고 검은 비에 맞은 이들은 왕부터 학자 그리고 서인에 이르기까지 주술에 걸렸다.

막스 베버는 주술에 노출된 인간들에게 경고한다. “주의하라, 악마는 늙었다. 그러므로 악마를 이해하려면 너도 늙지 않으면 안 된다.” 노회한 악마보다 더 많이 알고 더 노회해야 악마의 주술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답(순서대로): XXXXOOOXXXXXXO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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