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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책의 향기]술과 약물, 어느 할리우드 스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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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연인, 그리고 무시무시한 그것/매튜 페리 지음·송예슬 옮김/400쪽·1만8500원·복복서가

동아일보

“내 안은 항상 외로움과 갈망으로 가득하고, 내 존재 바깥의 무언가 나를 제대로 고쳐주리라는 생각에 나는 자꾸 집착한다.”

1990년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프렌즈’에서 유쾌한 캐릭터 ‘챈들러’를 연기해 인기 스타 반열에 오른 매튜 페리. 주체할 수 없는 막대한 부를 한순간에 거머쥐었고, 이미 20대에 세계적 인기와 영예를 얻은 화려한 인생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엔 유년 시절부터 꾹꾹 눌러온 아픔이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뒤 어머니와 캐나다로 이주했다. 이후 어머니마저 자신을 버리고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다. 이는 성인이 돼서도 누군가 언제든 자신을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이어졌다. 그가 성공한 후에도 내면의 공허함과 우울감을 채우기 위해 ‘무시무시한 그것’인 알코올에 계속 손을 댄 이유다. 안타깝게도 그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영원한 챈들러’ 매튜 페리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대중에게 남긴 마음속 이야기가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됐다. 신간은 미국에선 2022년 11월 나왔는데, 지난해 10월 28일 숨진 그의 1주기에 맞춰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주변 동료, 방송 스태프, 친구, 과거 연인과 얽힌 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냈다. ‘프렌즈’ 팬이라면 그가 어느 시즌을 촬영할 때 어떤 동료 배우와 친했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촬영했는지 등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생전 그에게는 ‘알코올 및 약물 중독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는 이 꼬리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중독으로 번민하다 재활, 치료시설을 방문한 뒤 결국 다시 약에 손을 댄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았다. 대중 앞에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까지 고인에게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은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생전 마지막 기록이 됐다. 그를 추억하는 팬들에겐 좋은 추억 여행이, 남모를 아픔과 중독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에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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