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로고’와 ‘쇼크 독트린’의 저자인 나오미 클라인과 ‘아름다움의 신화’의 작가 나오미 울프 두 사람은 모두 유대인인 데다 흔치 않은 ‘나오미’라는 이름을 가졌고 폭넓은 사회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서로 극명히 다르다. 클라인은 3세대 좌파에 속하는 인물인 반면, 울프는 자유주의자이자 엘리트 여성으로서 권력의 사다리를 오르려는 욕망을 감추지 않았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전후로 울프는 극우 진영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반면 클라인은 수년 전 버니 샌더스 미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도 활약했다.
이처럼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지만, 대중은 둘을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고 인공지능(AI)의 자동완성 기능 역시 둘을 혼동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들 역시 둘을 구분하지 못했다.
나오미 클라인/ 류진오 옮김/ 글항아리/ 2만8000원 |
이 책은 이처럼 저자 나오미 클라인이 나오미 울프와 혼동되는 사적인 도플갱어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내용이 전개될수록 극우파 탐구,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의 백신 오보와 웰니스 산업과의 관련성, 자폐 스펙트럼을 앓는 저자의 아들과 나치 시대 장애인 소거 전략을 연결하는 고찰, 같은 진영끼리 치고받는 좌파에 대한 반성, 취소문화로 인해 눈엣가시인 인물이 사라졌다고 기뻐하는 좌파의 한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서 드러나는 유대인의 치명적인 문제점에 이르기까지 양극단에서 서로의 정체성을 놓고 대립하는 현대의 모든 사안을 아우르는 넓은 관점과 분석력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내 도플갱어의 세계를 협잡꾼들이 판치는 곳쯤으로 넘겨짚었다. … 개인만이 아니라 국가와 문화 역시 악랄한 분신을 둘 수 있다. … 이제 도플갱어 문화의 혼돈을 해독해 보려 한다. … 날고 기는 이 모험의 최종 목적은 거울의 집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다. 기상천외한 속임수를 피해 집단적 힘과 목적의식을 키우는 것. 현기증을 이겨내고 더 나은 곳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이 이 책의 의도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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