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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자존심 굽힌 삼성전자, TSMC와도 손 잡는다…파운드리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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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그래픽 = 김지영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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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메모리가 파운드리 1위 TSMC와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한 발 뒤처진 메모리 사업부의 경쟁력 강화가 전망되지만, 파운드리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6세대 HBM4 생산을 외부 파운드리 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커스텀(맞춤형) HBM인 HBM4부터 고객사의 요구 대응이 중요해지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구상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31일 컨퍼런스콜에서 "커스텀 HBM의 베이스 다이 관련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업체는 TSMC다. TSMC는 이미 HBM 1위 SK하이닉스와 HBM4 개발을 위해 설계 단계부터 협업하고 있으며, 강력한 로직 선단(첨단) 공정을 보유하고 있다. TSMC의 3나노 이하 선단 공정 수율은 70~80%를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레거시(구형) 공정 외에 3나노 이하에서는 아예 'TSMC의 공정을 사용할 것'이라는 조건을 내세우는 고객사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HBM의 받침대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는 5세대 HBM3E까지는 자체 제작이 가능했으나, 6세대 HBM4부터는 공정이 복잡해 파운드리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제작해야 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저조한 수율과 성능은 글로벌 빅테크의 요구 사항을 맞추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 퀄(품질) 테스트 통과를 미루는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게는 TSMC의 우수한 패키징 기술도 이점이다. HBM4는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메모리 용량을 수용해야 하고, 고객사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칩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높은 수준의 패키징 기술이 필요하다. TSMC는 이 분야에서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CoWoS(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 를 활용해 독보적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TSMC의 반응도 긍정적이어서 협력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다. TSMC는 SK하이닉스와 협력하면서 AI 시장의 핵심 칩인 HBM 생산의 중요성을 실감했고, 관련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TSMC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TSMC 전사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 추세"라며 "이미 HBM 전담 조직이 있는 만큼, 삼성의 추가 주문을 소화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 물량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게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올해 2분기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2%로, 2위 삼성전자(13%)와의 격차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3분기에도 1조원대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며, 내년 하반기까지 흑자전환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IDM(종합반도체기업)의 '턴키'(일괄공급) 경쟁력을 내세우던 삼성전자가 TSMC와의 협력을 암시한 것은 자체 파운드리 기술로는 빅테크 확보가 어렵겠다는 판단"이라며 "3나노 이하 수율이 30~40%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투자를 늘리고 있는 HBM4까지 자사 파운드리를 고집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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