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한반도에 드리운 트럼프 그림자①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의 공항에서 열린 선거 집회에 도착하고 있다.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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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우리나라는 경제·안보·외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격변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동맹국도 돈을 내야 지켜준다는 거래중심적 외교관 뿐 아니라 모든 수입품에 보편 관세 10%를 부과하는 자국 우선 경제·통상 정책을 공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1기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2기에선 실제로 신념을 실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5일(현지시간) 선거에서 미 연방의회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1일 미국 선거 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최신 주요 여론조사의 평균치를 집계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국 지지율 48.4%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48.3%)을 근소하게 앞섰다. 미 대선의 판도를 좌우하는 7대 경합주 중에선 5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점했다. 비록 두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지지율 상승세를 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이번 대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스터빌-트레보스에 위치한 햄버거 체인인 맥도날드에서 감자 튀김을 들고 서빙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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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우리에게 가장 민감한 현안은 주한미군 주둔과 이와 맞물린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집권 1기 때 꺼낸 '주한미군 철수 카드'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위한 레버리징(지렛대 활용) 차원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방위비 인상에 독일이 인색한 반응을 보이자 실제로 주독미군 병력 3분의 1을 전격 철수시켰다. 무엇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을 '부유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약 10배 수준인 '방위비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원) 공약을 이행하려고 들 가능성이 있다.
또 자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동맹국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미국으로 들어가는 제품에 1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시각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관세 부과 등으로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직전 행정부 대비 절반 이하로 줄였다.
강인숙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발(發) 관세전쟁이 시작되면 중국 뿐 아니라 EU(유럽연합) 등도 보복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어 대외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의 최근 대미(對美) 무역흑자 규모. /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
트럼프 전 대통령이 1기 때보다 더 전면적으로 중국과 경제 디커플링(decoupling·단절)에 나설 경우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관세 부과와 AI(인공지능)·반도체·양자 등 첨단기술의 중국 이전 금지를 공언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 또는 제재에 동참할 경우 '제2의 사드 보복'을 겪을 수 있다.
한국은 2016년 7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중국으로부터 경제 보복을 당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행은 중국의 보복으로 약 3년 간 21조원 손실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은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에 함부로 동참해선 안 된다"며 "반도체 등 특정 분야의 미국·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신흥시장 개척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외교 지형 급변도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소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로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핵 동결' 담판을 짓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북이 사실상 군사동맹을 맺은 가운데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에겐 위험한 '안보 비대칭' 상황이 벌어진다.
한국의 특수한 안보 환경과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우리 기업의 활약 등을 미국 새 행정부에 꾸준히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주변 인물들에 대해 잘 파악하고 접촉 기회를 일회성이 아닌 꾸준히 늘려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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