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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 (일)

"눈살 찌푸려져" 어른도 외면하는데…'속옷 차림' 광고, 학교 근처 버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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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난 29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헬스장 앞에 옥외광고물이 세워져 있다. 속옷차림의 여성의 몸 사진 위에 헬스장 광고문구를 적었다./사진=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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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전단 속 모델이 예쁘면 사진을 찢어 소장하겠다는 친구를 본 적 있어요."

중학생 김모군(15)은 지난달 29일 머니투데이와 기자에게 "대치동 인근 학원에 다니는데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헬스장 홍보물을 나눠주는 헬스 트레이너를 자주 접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군은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마른 체형의 친구를 전단 속 모델과 비교하며 '멸치'라고 놀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몸을 가꿔 모델처럼 사진을 촬영하는 '보디 프로필 사진'(몸매 인증사진)이 광고물에 사용되면서 선정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건강한 몸을 과시하는 것을 넘어 노출이 부각된 사진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전문가들은 이런 광고물이 청소년의 바람직한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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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지하철역 인근 헬스장 옥외광고물. 남성 모델은 삼각형 속옷만 착용한 채 양팔을 들어올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여성 모델 역시 속옷차림으로 자세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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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이틀 동안 서울 종로구와 서대문구 일대 헬스장 9곳을 무작위로 방문한 결과 6곳이 속옷 차림의 보디 프로필 사진을 옥외 광고물에 사용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의 한 헬스장 앞을 지나던 행인은 옥외 광고물을 잠시 바라보더니 곧장 고개를 돌렸다. 해당 옥외 광고물에는 한 남성이 상의를 탈의한 채 속옷을 내릴 듯한 손동작으로 찍은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

서울 종로구 한 건물에 걸린 헬스장 옥외 광고물에는 남녀 7명이 함께 찍은 사진이 담겼다. 한 여성 모델은 허벅지가 드러난 원피스를 입은 채 엉덩이를 뒤로 뺀 자세를 하고 있었고 한 남성 모델은 하체에 걸친 수건을 푸는 듯한 모습이었다.

근처를 지나던 시민 최모씨(83)는 "내가 보기에도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청소년들이 이런 광고를 자주 보게 된다면 미적이나 성적으로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살 딸과 15살 아들을 둔 성모씨(47)는 "아이가 하굣길에 비키니를 입은 트레이너 사진이 담긴 헬스장 전단을 받아올 때가 종종 있다"며 "학교와 학원 등 교육시설 근처에서 이런 자극적인 홍보는 자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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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종로구 길가에서 발견한 헬스장 광고물. 헬스장 할인행사 문구를 중심으로 7명의 남녀가 몸매를 노출한 사진이 실려있다./사진=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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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전문성을 부각하기 위해 헬스장 광고물에 노출 사진을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강모씨(23)는 "헬스장에서 근무하는 트레이너들이 자기 관리가 돼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회원들이 신뢰감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실제 회원 중에 광고와 전단을 보고 근육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수업에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또 다른 헬스 트레이너 조모씨(26)도 "헬스 트레이너들에게 보디 프로필은 회원 모집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홍보 도구"라며 "심한 노출이 아니라면 충분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소년을 유해매체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은 있지만 전단 등은 법의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 유해매체물은 각 지방자치단체 심의 기관의 결정을 바탕으로 여성가족부가 최종 검토한다"며 "지금까지 헬스장 전단 등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분류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업종에 따라 유해매체물 분류가 달라질 수 있지만 헬스장 광고물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다"며 "노출이 심한 광고물과 관련해 민원이 들어올 경우 사후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출이 부각된 광고물에 청소년이 지속해서 노출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과도한 노출 사진이 담긴 헬스장 광고물이 유해매체물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필요성은 충분히 당위성이 있다고 본다"며 "당장 유해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에 기준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강한 몸을 가꾼다는 본 맥락을 넘어서 특정 부위를 부각해 찍은 광고들이 난무할 경우 청소년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거나 건강한 신체에 대해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헬스장 단체 등이 노출 정도를 함께 정하는 등 자구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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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헬스장의 옥외광고물. 두 남성이 속옷만 착용한 모습이 홍보물로 사용되고 있다/사진=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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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수 기자 esc@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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