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2 (토)

[욜로은퇴 시즌2] 자녀 결혼과 부모의 노후 준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편집자주] 유비무환! 준비된 은퇴, 행복한 노후를 꾸리기 위한 실전 솔루션을 욜로은퇴 시즌2로 전합니다.

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느닷없는 질문을 받았다. 며느리를 택하면 최소한 무얼 보겠느냐는 것이다. 필자는 ‘성품이 무엇보다 좋아야 하고, 혹시 가정에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가진 여자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지인이 아무 코멘트 없이 최근에 들은 두 이야기를 해주었다.

첫번째 이야기. 딸이 결혼을 하고 부부는 맞벌이를 했다. 친정 부모 생각에 맞벌이를 하니 이제 곧 집도 사고 살림도 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부부가 맞벌이를 열심히 해서 잘 살 줄 알았지만 10년이 지나도 딸 얼굴이 펴지지 않고 찌들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유인즉 결혼 전에 시아버지가 사업을 했다가 실패하면서 진 빚을 남편이 떠안은 것이다. 게다가 시부모가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일을 하지 않다 보니 부부가 매달 용돈까지 줘야 했다. 시부모가 진 빚을 갚아야 하고 용돈도 드려야 해서 부부가 열심히 벌어도 돈이 쌓일 수가 없었다.

딸 가진 부모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사위는 성실하고 직장 좋아서 결혼을 했는데 그 부모의 부담 때문에 젊은 부부가 10여년 동안 빠듯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용돈을 받고 있는 비교적 젊은 시부모의 용돈을 죽을 때까지 주려면 그 세월도 만만치 않게 보였다. 젊은 부부가 부모의 짐까지 지다 보니 세상 걸음이 무거워졌다. 결혼할 때 집을 사주고 방문할 때마다 용돈을 듬뿍 집어 주는 부모와 비교하면 너무 큰 차이다.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어디를 택하겠는가?

두번째는 아들을 장가 보낸 부모 이야기다. 아들은 결혼을 해서 외벌이로 혼자 벌었다. 부모가 잘 살아서 집도 사주었으니 외벌이라도 잘 살겠거니 생각했다. 며느리는 꽤 잘 치장하고 다니는 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처가의 부모가 벌이가 없다 보니 용돈을 줘야 했다. 남자 혼자 벌어서 아내의 소비를 충족해주고 처가 부모의 용돈까지 드려야 하니 부득이 ‘투잡’을 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찜질방에서 쉬고 있던 아들은 갑자기 고개를 툭 떨구더니(옆에서 본 사람의 증언에 의하면) 그대로 죽어버렸다고 한다.

아들 부모의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잘 키워서 장가 보냈더니 처와 처가 부모들 먹여 살리느라 투잡 뛰다가 과로로 급사했으니 그 심정이 어떻겠는가? 청년도 과로사한다. 올해 10월에는 47세의 배달원이 배달 중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했으나 사망했다. 사망 전 12주간 주당 평균 93시간 28분을 일했다고 한다. 1주는 168시간이며 여기에 5시간 잔다고 하면 활동하는 시간이 133시간이다. 하루에 먹고 씻는데 3시간이라면 112시간 남는다. 휴일 없이 휴식 없이 일만 했다는 뜻이다.

이 두 이야기를 들려 준 지인의 결론은 자녀를 결혼시킬 때 상대방 부모의 사정도 보아야한다는 것이었다. 배우자 하나 보고 결혼시킬 일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베이비부머가 ‘마처 세대’ 즉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 받지 못하는 첫 세대라고 하는데, 마찬가지로 지금의 젊은 세대도 부모 노후를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일본을 보면 실제로 그러하다. 일본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가족의 파산’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는데 이는 부모나 조부모의 생활비를 보조하거나 혹은 치매나 간병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일어난다.

요즘 장년들은 ‘50대는 불안 60대는 후회’라는 말을 한다. 한편 청년들은 ‘결혼 조건에 부모의 노후 준비 상태’도 본다고 한다. 상대방 부모의 노후 준비가 충분히 되었는지 봐야 한다는 뜻이다. 장수가 만든 변화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노후 준비를 탄탄하게 해놓아야 자녀 결혼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 상속세를 절약하기 위해 증여를 생각하는 부모들도 많다. 하지만 돈이 충분하지 않으면서 증여를 하는 경우 나중에 생각지도 못한 일로 자신의 노후 소득이 없어지게 되면 자녀에게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지금 안 주고 미래에 안 받는 게 낫다. 심지어 기초연금 수령 때문에 재산을 증여하기도 하는데 이러다가 평생 기초연금만 받고 살게 될지 모른다. 노후에 건강과 돈을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 몸의 독립과 돈의 독립이 필요하다.

노후를 비롯한 세상일의 리스크는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일에서 일어난다. 그러니 지금 미래의 리스크를 생각해봐야 소용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는 그 무엇이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이 때는 그냥 넉넉하게 노후를 준비해두는 게 좋다. 그리고 넉넉한 노후 준비를 통해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이 자녀에게 물려 줄 최고의 상속재산이다.

bsta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