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년째 정비사업 선도지 정해
총 40곳 꼽혔지만 공사 완공 9곳뿐
1개만 공공…나머지는 개인 소유
“지원금 적고 권리관계 복잡해
공공주택 전환 제도 강화 필요”
총 40곳 꼽혔지만 공사 완공 9곳뿐
1개만 공공…나머지는 개인 소유
“지원금 적고 권리관계 복잡해
공공주택 전환 제도 강화 필요”
공사 중단 후 방치돼 공공주택 전환을 추진 중인 경남 거창군의 한 숙박시설. 국토교통부 |
경남 거창군 대평리에 짓고 있던 한 숙박시설 건물은 지난 2010년 6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건축주의 자금 부족으로 공사는 중단된 뒤 사실상 방치됐다. 거창군을 가로지르는 위천천 변에 위치해 도시 경관을 해치는 대표적인 현장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8년 이 건물을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 정비 선도사업’ 대상지로 정하고 인근 학교(승강기전문대학·도립거창대·거창고 등)와 연계한 정비모델을 수립했다. 방치된 건물이 상업지역에 위치해 안전사고 위험이 높고 숙박시설을 활용한 임대주택 정비 사례가 당시만 해도 거의 없어 지역 내 필요한 임대주택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10월 28일 애초 내년 12월까지로 예정된 이 공공임대주택 신축 공사를 다시금 2026년 10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공사비 급증과 건설경기 하락 여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치 건물의 복잡한 권리 관계를 해소하고 이를 공공 주택으로 바꾸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국토부는 지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총 7차례에 걸쳐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 정비 선도사업지가 선정됐고 2023년에도 제8차 사업지도 꼽았다. 모두 합치면 40곳이다. 하지만 2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 가운데 새 단장을 완료한 건물은 총 9개이고 공사 추진 중인 곳은 거창 숙박시설 개조를 포함해 11곳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0곳은 사실상 포기된 상태다.
완료된 9개 중에서도 8개 건물은 개인이 사들여 새로 지은 것들이고 거창처럼 공공 용도로 완공한 건 올해 처음 나왔다. 지난 2016년 공사에 들어간 옛 과천우정병원 용지 내 공공주택이 완공돼 방치 건물의 첫 공공 용도 새 단장 사례로 자리 잡았다. 10년간 총 40곳을 정하고 이 가운데 공공주택으로 변한 건 딱 1개뿐이라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방치 건축물의 경우 철거 비용이 만만찮고 긴급한 안전시설 정비도 필요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권리 관계도 복잡하다”며 “정부 사업이지만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정비모델 수립 등 컨설팅 지원 수준으로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의 애초 위탁사업자는 LH에서 한국부동산원으로 바뀐 상태다. 부동산원 측은 “공공주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입지와 함께 철거비와 보상비 해결이 사전에 원활히 이뤄져야 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국고에서 투입하는 정비지원금이 없어 장기방치 건물의 즉각적인 새 단장은 쉽게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최근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공사중단 방치 건축물은 총 286곳이고 이 가운데 10년 이상 방치된 곳이 전체의 80%(227개)에 달한다. 법적으로 공사중단 건축물은 공사 착수 후 건축이나 대수선 중인 건물로 중단 기간이 2년이 넘은 곳을 가리킨다.
10년 이상뿐 아니라 20년 넘게 방치된 곳도 무려 103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맹 의원실은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은 도시미관을 저해할 뿐 아니라 붕괴 등의 우려가 있어 국민 안전과도 직결된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장기방치 건축물 정비사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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