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녹취 속 “평화적으로 이제 가져와라”라는 발언
검찰 “대외적으로 다투지 않고 가져오라는 것”
변호인 “작위적이고 의미를 부여한 검찰의 주장”
검찰 “대외적으로 다투지 않고 가져오라는 것”
변호인 “작위적이고 의미를 부여한 검찰의 주장”
지난 7월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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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세 번째 재판에서도 모든 혐의를 부인한 가운데 이날 재판에선 “평화적으로 이제 가져오라”라는 발언이 화두로 떠올랐다. 검찰 측은 이를 ‘SM엔터를 평화적으로 가져오라’는 뜻으로 해석했고, 변호인들은 ‘검찰의 작위적이고 창조적인 의미 해석’이라며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위원장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테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하고 고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검찰 측은 피고인인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의 지난해 2월 15일 통화 녹취록을 인용하며 “피고인 김범수가 ‘평화적으로 이제 가져와라’고 결정해 지시한 내역이 확인된다”며 “이 지시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카카오 투자전략실 직원들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 카카오 관계자들의 통화 녹취 등을 증거로 들었다.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이 하이브 공개매수 저지 방안을 보고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지난해 2월 15일에 카카오 그룹 내 비공식 회의체인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SM엔터 인수와 관련한 논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검찰은 “‘이제 가져오라’는 말은 더 이상 인수를 늦추거나 실패하지 말고 SM을 반드시 가져오라는 지시로 이해된다”며 “피고인 김범수의 SM엔터 인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또 “‘평화적으로’라는 말은 SM엔터 인수의 수단과 관련해 대외적으로 다투는 모습이 되지 않도록 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보이게 해서 가져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당시 SM엔터 인수 경쟁사인 하이브가 SM엔터를 인수하기 위해 공개 매수를 진행 중이었다. 또 당시 이미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위법이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당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카카오의 SM엔터 지분 확보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었다.
검찰 측은 “하이브가 공개 매수를 시작했고 가처분 소송도 있기 때문에 이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카카오와 하이브가 다투는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다른 방안을 강구하라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런 지시를 보면 피고인 김범수의 지시로 최종적으로 카카오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방법으로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저지한 이후 공개 매수를 추진하기로 선택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의 변호인 측은 검찰이 해석한 내용이 작위적이라며 비판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평화적으로’ 라는 말을 ‘모습을 드러내지 마라’ ‘대항 공개 매수 외 다른 방안을 강구하라’, ‘이제 가져와라’는 ‘더이상 늦추지 말고 SM엔터를 반드시 가져와라’ 라고 이렇게 작위적으로, 창조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구나 그날 투자심의위원회에 김범수 위원장이 ‘가져와라’라는 말 자체를 한 적이 없다”며 “이는 당시 투자심의위원회에 참석한 다른 참석자들의 일관된 진술로도 명확히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변호인 측은 카카오의 주식 주문표를 대조하며 주가 12만원을 넘어 12만1000원까지 급등했던 구간에 카카오의 주문에도 문제가 없음을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증인 출석 여부가 결정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이 있었지만 방 의장의 출석은 결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2023년 2월 14일 방시혁 의장과 김범수 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됐다”며 “이날 각자 어떤 입장을 나타냈는지 살펴보면 SM엔터 인수에 대한 김범수 위원장 등의 의사결정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재판이 마무리 되기 전에 “하이브 쪽에선 방시혁씨는 조사가 안됐지만 다른 실무를 담당했던 분들의 진술이 있기 때문에 그런 상태에서 추가로 필요한지, 이 사건의 쟁점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재판부에서 천천히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은 오후 2시에 시작해 5시40분께 끝났다. 다음 공판은 11월 15일이다.
한편 재판이 있고 하루 만인 지난 10월 31일, 김 위원장의 보석 석방이 결정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17분께 수감 중이던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출소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취재진에 “앞으로도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이날 김 위원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서울남부지법은 “피고인에 대해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96조에 따라 결정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위원장의 주거를 제한하고, 지정하는 일시·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과 보증금 3억원을 보석 조건으로 달았다.
김 위원장 측은 지난 10월 16일 열린 보석심문에서 “공개수사가 진행되고 1년 6개월 이상 지났고, 관련 사건에 대한 재판도 1년 가까이 진행됐는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구속 상태가 길어지면 한국 IT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불구속재판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 10월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보석 석방되며 입장 밝히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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