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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아주칼럼] 경쟁에서 협력으로: 인도에 대한 중국의 새로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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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라지브 쿠마르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HK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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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지정학적 및 지정경제적 역학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두 나라, 인도와 중국이 양자 관계를 재정립함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 회담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인도의 모디 총리가 4년 만에 고위급 정상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에서 최근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상당한 중요성을 지닌다.

1962년의 치열했던 전쟁 이후 중국과 인도는 냉전 이후 시대에 양자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해 왔다. 중국은 인도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자, 미국이 주도하는 냉전 이후 세계 질서 속에서 다극화를 촉진하는 글로벌 동맹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20년에 발생한 국경 충돌로 인해 1962년 이후 처음으로 인도 군인 20명이 사망하면서 양국 간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었다. 그 이후 인도 내에서 반중 감정이 커졌으며, 모디 정부에 국경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경제적 관계를 축소하라는 국내의 강력한 압력이 존재했다. 이로 인해 지난 4년 동안 인도-중국 관계에서 긍정적인 외교적 진전이이루어지지 못했고, 이 기간 동안 정상 회담도 열리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시-모디 회담은 지정학적 및 지정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 회담을 이끈 요인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중국의 새로운 인도에 대한 전략적 사고의 출현이다. 회담에서 시 주석은 중국과 인도가 오랜 문제를 해결하고 양국의 '개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개발' 의제가 이제 중국과 인도 간의 공통된 관심사가 되었음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개발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점에서 인도와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새로운 단계임을 의미한다. 개발이라는 단어는 시 주석이 모디와의 회담에서 자주 언급한 용어이다.

중국이 인도에 대해 개발 중심의 새로운 접근을 취하는 데에는 두 가지 주요 동기가 있다. 첫 번째는 인도의 시장 잠재력이 중국 기업들에 중요하다는 점이다. 2020년 국경 충돌 이후, 인도는 중국과의 '디커플링' 전략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 전략에 따라 인도는 중국의 기술 기업이 인도 시장에서 활동하는 것을 제한하고, 새로운 중국 투자를 위한 엄격한 규제를 도입했다. 반면에 인도는 한국, 일본, 미국 등 민주주의 국가들을 경제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인도의 생산 연계 인센티브 (PLI, Production Linked Incentive) 프로그램은 이러한 전략의 대표적인 예로, 글로벌 가치 사슬 내에서 인도의 제조업 비중을 높이기 위해 2020년에 도입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주요 프로젝트에 중국 기업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동시에 한국, 일본, 미국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지원과 금융 혜택을 제공한다.

중국 지도부는 인도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깨닫게 되었다. 인도는 중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인도가 성장하는 경제로 발전을 계속하면서, 중국 기업들은 인도의 확장하는 시장을 활용하도록 권장되고 있으며, 특히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가운데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도의 국내 성장 잠재력 외에도 국제적 정치 역학이 중국의 입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의 미중 간 무역 및 기술 경쟁으로 인해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글로벌 전략을 재고하게 되었다. 미국 및 유럽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의 경제 활동이 점점 더 제한됨에 따라, 인도는 중국이 무역 및 투자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지도자들과 기업들은 인도가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힘을 키우는 데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는 인도를 향한 중국의 정책에서 새로운 장을 여는 것으로, 양국 관계의 미래 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이 인도와의 관계 강화에 대한 관심을 다시 보여줌에 따라, 인도의 정책 입안자들도 중국에 대한 전략을 재평가하고 있다. 인도의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는 선진 경제국들이 점차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 집중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관심을 덜 기울이는 상황에서, 인도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요약하면, 중국-인도 관계는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가까운 미래에 아시아의 지정학적 및 지정경제적 역학을 재편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라지브 쿠마르 필진 주요 이력

▷인도 델리대학교 학사​ ▷성균관대학교 박사 ▷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연구교수 ▷ 전 하와이대학교 동서문화센터 객원연구원

아주경제=라지브 쿠마르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HK 연구교수 rkumar@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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