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의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 받았다.

일러스트=정다운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최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73)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작년 11월 24일 오후 1시에서 5시 30분 사이 경기 부천시 주거지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신 뒤 알 수 없는 이유로 격분해 피해자 A씨를 마구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집에 단둘이 있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고, 김씨가 범행에 관해 “술을 마셔 기억이 안 난다”는 등의 이유로 자세한 설명을 회피해 A씨의 정확한 사망 시점을 특정하진 못했다.

김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A씨가 ‘일 나가니까 일어나서 밥 드시라’는 글을 남겨 놓았는데, 밥이 다 식어서 못 먹겠어서 안 먹었다. A씨가 집에 돌아와서 ‘왜 안 먹었냐’고 해서 ‘밥맛이 없었다’고 하니 다시 상을 차려줬고, 소주를 마셨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외손주에게 전화가 와 있는 것을 보고 외손주에게 전화를 하려던 것까지 기억나고 그 이후는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씨에 대한 정신감정에선 ‘김씨는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자신과 다른 평가에 대해선 쉽게 분노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결과가 나왔다.

A씨의 주변인들은 ‘A씨가 남편이 술을 자주 먹고 술을 마시면 괴롭힌다고 했다’ ‘A씨가 밥을 차려놓고 가도 집에 없으면 김씨가 밥을 먹지 않고 기다렸다가 따뜻한 밥을 안 해준다며 뭐라 한다고 했다’ ‘2015년쯤 A씨가 남편한테 엄청 맞아 신발도 휴대전화도 없이 도망 나와 도와달라고 해서 다른 지인 집에서 머무르게 해준 적이 있다’ 등의 진술을 하기도 했다.

앞서 1심인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정아)는 “김씨는 약 20년 동안 사실혼 관계에 있던 피해자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현장에서 즉사하게 했다. 피해자는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사실 오인과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김씨가 2심 판단에도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하며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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