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5 (화)

[인터뷰] '혁신'의 대명사 주성엔지니어링…황철주 회장 "성장의 원동력은 남들이 못하는 혁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내 소부장 1세대 '신화' 황철주 회장 인터뷰

실리콘 대신 3-5족 화합물 기반 반도체 공정장비 개발

아시아투데이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주성엔지니어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투데이 연찬모 기자 =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65)은 국내 소·부·장 1세대이자 토종 반도체장비 분야 개척자로 통한다.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설립해 토종 장비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키워온 지 올해로 31년째. 반도체 증착장비(CVD, ALD) 분야에선 국내외 경쟁자가 없을 정도다. 이런 성과를 가능케 한 건 '혁신'에 대한 황 회장의 믿음이 있었다. "경쟁자가 있으면 기술이고, 경쟁자가 없으면 혁신"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

올해 황 회장은 혁신을 통한 새 목표를 제시했다. 바로 한국의 ASML과 같은 장비회사로 도약한다는 것.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 트랜지스터 설계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을 통해 반도체 장비 시장의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구상이다. 아시아투데이는 지난 1일 주성엔지니어링 용인R&D센터에서 황 회장을 만나 그가 꿈꾸는 혁신과 반도체 산업 전망 등을 들어봤다.

Q. 지주사 전환 및 사업분할 계획을 얼마전 철회했다. 아쉽지 않은가.

A. 회사 구조를 바꾸나, 안바꾸나 일하는 것은 똑같다. 혁신을 통해 새 고객을 찾고 새 시장도 만드는 건 계속 해 나가야 할 일이다. 세상에 완벽한 게 있겠나. 좋은 일이 있으면 걱정거리도 생기기 마련이다. 걱정거리를 줄이면서 성장을 해나가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주성은 인적·물적분할을 통해 주성홀딩스-주성엔지니어링-주성룩스로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했으나 지난 10월29일 철회했다.)

Q. 3분기 실적이 좋았다. 올해 연간실적 전망은.

A. 지난해 다소 힘들었지만 올해는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소부장은 천수답과 같다. 고객사가 투자를 안하면 매출이 줄어든다. 매출이 줄더라도 이익은 줄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매출을 통해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시대는 지났다. 얼마나 지속되고 튼튼한 성장을 하고 있는 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기술 경쟁력을 통해 영업이익률을 높이는데 주력해왔다. 개인적으로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 75% 이상이 목표다. 그로스마진이 기술력과 직결되니까.

Q. 내년 전망은 어떻게 하나.

A. 올해보다 좋을 것 같다. 기술 경쟁력이 있고 신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기존 시장에서는 영업이익률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분야에서 혁신을 통해 신시장을 만들어낼 경쟁력이 있다. 경쟁자가 있으면 '기술'이고 경쟁자가 없으면 '혁신'이다.

Q. 얼마전 '한국의 ASML'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달성할 혁신기술은 무엇인가.

A. 수십년간 반도체는 실리콘 위에 트랜지스터를 얼마나 촘촘하게 배치하느냐, 즉 좁은 땅에 더 미세한 회로를 그려넣는 경쟁이었다. 네덜란드 ASML의 EUV 공정이 주목받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런데 실리콘 대신 3-5족 화합물(갈륨질소, 인듐인 등)을 이용하면 트랜지스터 자체를 적층할 수 있다. 그걸 가능케 하는 차세대 ALD 장비를 주성이 개발했다. 쉽게 설명하면 지금은 200mm, 300mm 실리콘 웨이퍼에 단독주택 100가구를 짓는데, 우리 장비를 이용하면 아파트 한 동을 지을 수 있는 셈이다. 이게 혁명이고 혁신이다.

Q. 장비 개발이 다 된 건가.

A. 그렇다. 고객사가 우리 장비를 사가서 각자 공정에 맞춰 사용하면 된다. 가격도 싸다. 10원짜리 장비로 100원 버는데, 100원짜리 장비로 1억을 번다면 가격이 싸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 소부장이 살 길은 초기시장을 선점하는 것 뿐이다. 미국 AMAT, 일본 TEL 등이 반도체 장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데 그들과 경쟁하려면 그들이 생각않는 혁신기술로 초기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혁신은 파는 사람이 가격을 결정하고, 기술은 사는 사람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Q.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A. 과거 우리가 패스트팔로어 였는데, 중국은 10배 빠른 속도로 따라붙고 있다. 기술은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내가 개발한 기술은 영원히 나밖에 못한다'는 나쁜 고정관념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기업은 망한다. 누가 먼저하고 늦게하느냐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Q. 내년 가장 큰 리스크는 뭐라 보나.

A. 미국 대선 등 세계 정치 변화다. 자국우선주의가 더 심화될 것이다. 과거 우리는 가장 좋은 원자재를 가장 싸게 들여와 가치를 창출한 뒤 해외에 팔아서 이익을 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 정세가 자국우선주의로 바뀌면서 원자재를 들여올 곳도, 팔 수 있는 곳도 과거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경쟁력이 4분의 1로 악화된 건데,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4배 더 혁신해야 한다.

Q. 태양광 사업 전망은.

A. 우리는 남들이 준비를 못하거나 안하는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태양광 사업이 그렇다. 일부 주주들은 이해가 어려울 수 있지만, 미래 성장동력으로의 기대감이 크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는 고객에 의해 시장이 형성되는 구조지만, 태양광은 직접 시장을 개척하고 키워갈 수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태양광 사업의 중요도가 커질 것이다. 혁신을 위한 역량도 많이 집중하고 있다.

Q. 올해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A. 지난해(727억원)보다 늘어날 것으로 본다. 현재 연구인력이 400명 이상이다. 대학은 지식인을, 기업은 기술인을 육성하는 곳이다. 대학에서는 기술자를 키울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이 나서야 한다. 혁신을 위한 과정에 돈이 얼마나 드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Q. 아들인 황은석 사장을 평가한다면

A. 어린이나 성인이나 아버지가 자식을 보는 눈은 같다. 지식과 기술과 사람은 영원히 미완성이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느냐의 문제다. 난 내 자식이 영원히 마음에 들지 않을 거다. 하지만 정해진 때에 경쟁에서 이기면 된다. 기업이나 주주 입장에서 CEO는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승리할 수 있는 CEO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