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0월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연 유세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연단 위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오는 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판세가 초박빙 양상으로 흐르면서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과에 따라 완성차 업계의 글로벌 지형이 요동치고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정도로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정책이 엇갈리게 나타나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탈환에 성공하면 취임 첫날 IRA 혜택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조 바이든 정부가 2022년 8월 시행한 IRA는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는 법안이다. 이에 맞춰 현지 생산과 합작법인 투자 등을 늘려온 국내 배터리 업계로선 자칫하면 크나큰 악재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피해 규모는 최소화하고 이득은 최대화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별 수주 전략을 가다듬고 현지 진출 일정을 조정하는 등 세부 대응 태세를 갖춰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주요 완성차 업체(OEM)와의 계약 과정에서 IRA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작업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각형·원통형·파우치형 등 다양한 폼팩터와 하이니켈부터 미드니켈, 리튬인산철(LFP)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격대를 아우르는 제품군 확대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서만 단독공장 2개와 제너럴모터스(GM), 혼다, 현대차 등과의 합작공장 6개 등 총 8개의 공장을 운영 또는 건설하고 있다.
SK온은 현재 현대차그룹과 함께 조지아주에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며 포드와도 테네시, 켄터키 지역에 총 127기가와트시(GWh) 규모의 공장 3개를 건설 중이다.
삼성SDI는 최근 GM과 35억달러(약 4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반(反)중국 정책 강화가 ‘K-배터리’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리라는 의견도 있다. 해리스가 이기더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큰 틀에서 중국 견제와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제조업 강화 정책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는 한·중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북미 시장 진출 지연은 이미 상당한 정도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을 돌파하는 데 있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간 ‘노골적인’ 밀월 관계 또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예의주시해서 바라보는 부분이다. 두 ‘괴짜’의 만남이 미 대선 이후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현재로선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머스크는 현재까지 최소 1억3200만달러(약 1830억원)를 트럼프 캠프에 지원했다고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긴다면 테슬라가 미래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는 자율주행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날개를 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머스크는 최근 테슬라 콘퍼런스콜에서 “(자율주행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전국 단위의 승인이 중요하다”며 “만약 정부효율위원회가 생긴다면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단 만들고 나서 문제가 생기면 고치면 된다는 식의 속도전, 그에 따라 무수히 쌓이는 도로 주행 데이터를 무기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 중인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에 더해 미국마저 테슬라를 필두로 해서 무섭게 치고 나가기 시작하면 국내 자율주행 업계와의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규제가 완화하면 자율주행 상용화의 속도는 한층 빨라질 수 있고, 이는 미래 모빌리티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날카롭게 대립하는 미·중 틈바구니에서 독자적 경쟁력까지 키워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가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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