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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기후변화에 바뀌는 과일 생육 지도…국산 열대과일 재배지 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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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백화점도 기후 변화에 강한 품종 확보에 사활

동아일보

갈리아멜론, 블랙애플망고, 그린시스청배, 신고배, 애플망고(2개·국내산과 브라질산), 사과, 황금사과, 골든스위트, 슈팅스타, 샤인머스켓, 마이하트로 구성된 현대백화점의 추석 과일 선물세트. 애플망고 1점 빼고는 모두 국내산이었다. (현대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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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과일 생육 지도가 바뀌면서 대형마트·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국산 열대 과일을 판매하거나 변덕스러운 날씨에 잘 살아남는 과일 품종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 한반도에서 재배되던 과일 품종들이 수년 째 진행 중인 온난화로 더 이상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 하면서 유통업계가 판매하는 과일 종류도 변하고 있다.

●국산 열대 과일 재배지 북상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이 판매하고 있는 국산 열대 과일이 수입산보다 비싼 가격임에도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외국산 열대 과일보다 신선하고, 유기농 재배를 했다는 것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3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전북 고창에서 재배한 유기농 바나나를 점포별로 조금씩 선보였는데 2만7000여 팩이 팔렸다. 고창 유기농 바나나는 1팩(3∼4개)당 약 6000원이다. 이마트가 에콰도르산 바나나 한 송이(1㎏)를 약 2000원에 할인 판매하는 것에 비교하면 3배가량 비싼 가격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바나나는 아열대성 기후에서 자라 예전엔 국내 생산이 어려웠지만 최근 전북 고창에서 수입산과 동일한 품질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되어서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제주산 애플망고도 과일 선물 세트에 포함해 팔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평균 기온이 해마다 높아지면서 국내에서 아열대작물 재배는 확산되고 있다.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주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던 작물들이 내륙에서도 자랄 수 있게 되면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열대과수를 재배하는 국내 농가는 4741호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키위를 재배하는 농가가 가장 많았고 무화과, 석류, 망고 등도 재배하고 있다.

●선물세트에 신품종 포함…바이어는 연구소로 출근

현대백화점은 지난 추석 선물세트에 사과 신(新)품종인 ‘이지플’을 선보였다. 이지플은 고온에서도 붉은빛 착색이 잘 돼 최근 기후변화 대응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지플 사과 외에도 바이어들이 연구기관과 협업해 신품종을 대거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사과(스위티멜로디), 배(그린시스‧신화‧창조‧설원) 등과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에서 개발한 포도(골드스위트‧루비스위트) 등이 대표적인 신품종 과일들이다.

그동안 주로 국내외 산지와 농산물 도매시장을 오가던 유통업계 청과 바이어들은 이제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 전국 곳곳의 과일 연구기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급변하는 기후에 예측하기 힘든 기상현상이 반복되면서 농수산물 수급 불안이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기존에 과일과 곡물을 함께 담당하던 청과 바이어들을 과일만 전담하도록 조정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상 악조건에도 생육이 용이한 신품종을 발빠르게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며 “특히 프리미엄 식품 경쟁이 치열한 백화점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능력이 시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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