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김 전 의원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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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사이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서 시작된 의혹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정면으로 겨눈 ‘게이트’로 확대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대통령 재임 중 공천 개입이 이뤄졌는지 여부와 공천을 대가로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공짜로 제공받았는지 등이 수사를 통해 밝힐 핵심 사항이란 지적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명씨를 둘러싼 의혹은 명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수행한 다수의 여론조사와 공천 개입 정황들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맞춤형 여론조사를 81회 실시해 윤석열 캠프에 무상으로 제공한 대가로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냈고, 이 과정에 김 여사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이 취임 하루 전인 2022년 5월9일 ‘김 전 의원을 공천해주라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얘기했다’고 명씨와의 통화에서 말한 녹취를 공개했다. 23회의 미공표 여론조사 일부는 결과가 조작된 정황이 드러났다.
법조계에선 ‘공무원’이 아닌 ‘당선인’ 신분일 때 이뤄진 행위는 공직선거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행위가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계속됐는지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천 청탁이 ‘정치인→명씨→김 여사→윤 대통령’ 순으로 전달됐다면 김 여사 또한 윤 대통령과 공범으로 묶일 수 있다. 명씨가 2022년 6월 자신이 김 여사를 통해 박완수 경남지사, 김진태 강원지사 등 공천에도 기여했다고 과시한 녹취도 공개됐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임기 중 당의 공천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 사실이 드러나야 혐의가 성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3억7000여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공짜로 제공받은 의혹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자금법은 후원회·후원금·기탁금 등 외의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건네면 불법 기부행위로 본다. 법조계에서 ‘공짜 여론조사’를 불법 정치자금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이 여론조사가 무상으로 제공된 사실을 알았는지, 명씨에게 무상 여론조사를 요청했는지 등을 밝히는 게 수사의 관건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명씨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기간인 2021년 9월 강혜경씨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독촉하면서 “아까 윤 총장 전화했는데 (여론조사 결과를) 궁금해하더라”고 말했다. 강씨 등이 제기하는 의혹은 더 나아가 공천과 무상 여론조사 사이에 대가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여론조사 결과를 공짜로 제공받은 대가로 명씨의 청탁을 받아 공천에 영향을 미쳤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외에 뇌물수수죄 적용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야권에서 제기된다.
여론조사 조작 여부도 또다른 관건이다. 명씨가 수행한 여론조사 일부는 표본, 결괏값 등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경선 여론조사에서 명씨가 응답자 샘플을 가짜로 만들어내 윤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시장 간 격차를 벌리거나 1·2위를 뒤집는 등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조작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러한 조작을 윤 대통령이나 캠프에서 알았는지, 혹은 조작을 요청했는지도 수사로 밝혀내야 할 사안이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임기 중 공소시효가 정지돼 선거일(대선) 후 6개월까지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규명 대상이 산적해있지만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대한 시각은 곱지 않다. 창원지검은 지난해 12월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고발·수사의뢰를 받은 뒤부터 지난 9월까지 9개월 동안 사실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다가 의혹이 확산하자 뒤늦게 수사에 나섰다. 수사상황 역시 여전히 명씨와 김 전 의원 간 돈거래 등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일선 검찰청인 창원지검이 현직 대통령 부부를 정면으로 겨냥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검찰이 김 여사를 최근 명품가방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연달아 불기소 처분하면서 검찰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 상황이어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보내거나 따로 특별수사본부를 꾸리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 간부급 검사는 “정권 지지율이 워낙 낮지만 아직 임기 반환점에도 도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한 수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검찰 내에도 차라리 특검(특별검사)이 수사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있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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