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일을 사흘 앞둔 2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격전지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을 찾아 지지자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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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둔 가운데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경제 의제를 두고 극렬한 난타전을 벌였다.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을 상대로 저마다의 경제 비전을 부각시키며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2일 미국 인기 흑인 코미디언 D L 휴글리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 'DL 휴글리 쇼'에 출연해 자신의 경제 공약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로 기울던 선거 판세가 다시 초박빙 양상으로 돌아서면서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경제 이슈를 재차 강조해 지지층 결집을 노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국 더타임스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함께 지난달 25~31일 미국 내 경합주 7곳의 등록 유권자 6600명을 조사한 결과 4곳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회 경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해리스 부통령은 선거운동 초기부터 첫 주택 구매자에게 2만5000달러의 계약금을 지원하고, 소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현재 5000달러에서 5만달러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중산층 강화' 공약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소기업의 성공을 이끌 수 있도록 장비를 구입하거나 웹사이트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2만달러의 '상환 불필요' 대출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 남성 이탈표'를 의식한 듯 "흑인 남성을 위한 건강 이니셔티브를 대통령으로서 실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해리스 캠프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를 공유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이 미국 제조업을 망칠 수 있다고 홍보전에 나섰다. 이날 WSJ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 Act·칩스법) 등이 통과되면서 미국이 최근 몇 년간 '공장 건설 붐'을 이어왔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 제조업 호황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두 가지 법이 통과된 이후 제조업에 대한 민간 고정투자가 올해 3분기 2360억달러(연 환산 기준)에 달했는데, 이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WSJ는 이 같은 호황의 상당 부분은 미국 내 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근거를 둔 반도체과학법·IRA와 연관이 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즈버러에서 연설하며 승리를 확신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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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같은 보조금에 부정적인 시각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26일 한 팟캐스트에서 "부유한 기업들이 들어와 돈을 빌려 반도체 공장을 세우도록 수십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그들은 어차피 우리에게 좋은 회사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일련의 관세 부과로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IRA에 따른 미사용 보조금을 모두 폐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WSJ는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는 아직 지급되지 않은 보조금을 중단하거나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행정부 관리와 해리스 캠페인은 계획된 프로젝트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의 관세 계획은 일부 미국 제조업체가 수입품과 경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미국 내 공장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투입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이 2022년 이후 반도체과학법과 IRA에 따른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미국 투자에 나선 상황에서 '트럼프 변수'가 국내 기업들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있었던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공약을 공격하고 나섰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주 개스토니아에서 열린 유세에서 "카멀라는 비전이 없고, 아이디어도 없으며, 해법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카멀라는 경제에 대한 이해가 아이 수준에 불과하다"며 "당신은 일자리와 집, 연금을 잃고 싶으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기대를 밑돌았던 10월 고용통계 또한 트럼프 캠프의 공격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앞서 미국 노동부 통계국은 10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만2000건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 12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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