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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한동훈 어딨나?…윤 대통령 ‘공천개입’ 육성 공개 뒤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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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사라졌다. 10월31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보궐선거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 공개 뒤 외부에 공개되는 한 대표의 일정표엔 ‘통상업무’라는 네 글자뿐, 사실상의 ‘잠행 모드’다. 측근들은 ‘여권 중진들로부터 의견을 들으며 입장 표명 수위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된 중대 사안을 두고 계속 침묵하는 건 집권여당 대표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한 대표 쪽 핵심 관계자는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육성 파일과 관련해 “한 대표가 중진 의원 등으로부터 의견을 많이 구하고 있다. 당내 의견과 본인 생각을 합쳐 용산 대통령실에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아직까지 용산에서 뚜렷한 답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한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는 건 당사자인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라는 것이다. 한 친한동훈계 핵심 의원은 “한 대표는 대통령실이 먼저 주도적으로 쇄신을 결심하고 이를 밝혀주길 기다리는 것 같다”고 했고, 지도부에 참여한 친한계 인사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논란에 직접 대처하도록 한 대표가 침묵하는 것이다. 내용도 모르는 우리가 끼어들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건 대통령실의 대응을 훼방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침묵 모드를 더 이어가는 건 한 대표에게도 부담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온 그가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된 이번 사안에 대해 용산만 쳐다보며 계속해서 입을 닫는 건 ‘한동훈답지 못하다’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탓이다. 한 대표도 4일 열리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까지 침묵을 지키긴 어려워 보인다. 회의 공개발언에선 그동안 요구해온 특별감찰관 추천이든,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과 공개 사과든 뭔가를 이야기해야 한다. ‘김건희 특검’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는 야당 요구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한 대표 쪽은 4일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내는 건 확실하지만 ‘수위’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2022년 6월 재보선 공천 개입 논란 전후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고, 민주당이 녹음 파일을 추가 공개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한계 지도부 인사는 “단순히 이번 사안에 대한 한 대표 개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쳐선 안 되고, 윤 대통령을 향해 국정 전반의 쇄신을 요구해야 하니 여러 고민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내용이 공개된 뒤 야권에서 제기되는 대통령 임기단축·하야·탄핵 요구에도 어떤 식으로든 대응해야 한다. 헌정질서 수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보수진영의 단결을 촉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메시지 수위’에 대한 한 대표의 고민에는 친윤석열계와 일부 보수 지지층이 제기하는 ‘배신자’ 프레임에 대한 부담감도 자리잡고 있다. 윤 대통령과 다시 각을 세웠다가 거대 야당의 공세에 맞서 당과 정부가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당정 갈등과 당내 분열만 부추긴다는 역공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가 이날 입장을 내어 “한 대표는 패권싸움으로 비춰지고 있는 분열과 갈등의 모습에서 벗어나 당정 일체와 당의 단합에 역량을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영남 여론에 밝은 핵심 당직자는 “한 대표 인기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전통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실제 한 대표 취임 100일이었던 지난 30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는 이를 축하하는 지지자들의 꽃바구니가 쌓였지만, 같은 시각 당사 앞에서는 한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도 한 대표는 참석자들로부터 “배신자 물러가라” “여기 왜 왔느냐” 등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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