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바이든 정책 계승…예측 가능성↑
반도체·배터리 등 보조금 정책 현상 유지
"정부·기업 협력해 다양한 시나리오 대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지난달 28일 미시간주 앤아버의 번스 파크에서 유세하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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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미국 대선 승리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대선이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박빙으로 진행되면서다. 특히 국내 정치권과 산업계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정치, 경제, 안보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팩트>는 미 대선 결과를 앞두고 후보별 공약에 따른 국내 정치·경제·외교·안보에 미칠 파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③편에 이어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미국 대선의 승자를 예상하기 어려운 박빙의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산업별 대응 방안 마련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 재도약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시대에 맞게 맞춤형 전략 수립이 필요하고, 이는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도 필수적이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보다는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연장선에서 대응책을 모색할 수 있을 전망이다.
먼저 반도체 업계는 한숨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대선 결과에 따른 반도체 산업 변동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트럼프 후보의 그간 발언을 고려한다면 우려가 없진 않았다. 트럼프 후보는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 칩스법)을 '나쁜 거래'로 규정하며 "단 10센트도 내놓지 않아도 됐다.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이 와서 반도체 기업을 공짜로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TSMC를 예로 들긴 했으나,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불확실성 확대를 예측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고, 추후 투자 규모를 더욱 늘릴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들여 최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22년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정한 칩스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 지원금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당초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64억달러,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5000만달러의 보조금과 각종 세제 혜택을 받기로 돼 있었다. 보조금 지원(후불제) 약속을 믿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기업들은 트럼프 후보가 칩스법에 손을 댈 경우 투자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혼돈에 빠지게 된다. 반면 해리스 후보가 당선된다면 극단적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나아가 해리스 후보의 당선을 가정, 미국 투자를 지속해서 유도하기 위한 보조금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 9월 한·미 산업 협력 콘퍼런스에서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칩스법 개정을 통해 자국 내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후보가 당선된다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향한 지원 정책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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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배터리 업계도 '불확실성의 공포'에 시달리며 미 대선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해리스 후보 당선 시 이러한 불확실성이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배터리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관해 쓴소리를 낸 트럼프 후보보단 바이든 정부 정책을 계승하는 해리스 후보가 정책 백지화 걱정을 덜어주는 인물에 가깝다. 현재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그룹의 경우 향후 IRA 관련 보조금 수령 가능성 향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 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현대차 미국 메타플랜트가 지난달부터 초도 생산에 들어가면서 전기차에 대한 IRA 보조금 수령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배터리사들도 'IRA 효과'를 누리고 있다. 당장 올해 3분기를 보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이 IRA에 따른 세액 공제 금액 4660억원을 통해 영업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앞서 '배터리 전쟁'의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최근 수십년간 미국 제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법안은 IRA다. 법 시행 후 2년 동안 리튬 광산, 배터리 공장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 약 125개의 프로젝트가 추진됐고, 투자된 금액만 950억달러에 달한다"며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IRA를 포함한 배터리 정책 전반의 기조가 유지되지만, 트럼프 후보가 된다면 IRA 혜택이 축소돼 한국 배터리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연구원도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해리스 당선 시 현재 대미 자동차 수출 호조 및 수요 캐즘을 겪고 있는 배터리 산업의 시장 분위기 반전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또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터리 원료·소재의 내재화 및 조달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해리스 후보의 승리를 남몰래 염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영역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이다.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강력히 비판한 반면, 해리스 후보는 이를 더욱 강화할 여지가 크다. 구체적으로 △탈탄소·그린 전환 지속 추진 △기후 변화 적극 대응 △친환경 에너지 투자 확대 및 가속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투자분석실은 "해리스 후보 당선 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업종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강구상 원자력산업협회 대외경제연구원 팀장은 '2024 미국 대선 후보의 기후 변화 및 에너지 정책 공약 비교'를 통해 "(해리스 후보 당선 시) 우리 기업을 비롯한 전 세계 기업들이 바이든 정부와 마찬가지로 혜택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기차·배터리·태양광 업계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리는 분야로 꼽힌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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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한국의 방위 산업이 대선 결과에 따라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해리스 후보 당선 시 '현상 유지'를 통해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미 방위비 재협상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 그간 한·미 양국은 무기 체계를 공동 개발하고, 한국 기업의 미국 방산 공급망 진입 기회를 제공하는 등 긴밀한 협력을 이어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무기 수요는 대선 이후에도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반대로 해리스 후보의 당선이 반갑지 않은 분야도 있다. 화석 연료와 원전 생산 확대를 기대한 기업들이 그렇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후보 당선 시 소형모듈원전(SMR) 중심의 산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으나, 해리스 후보가 당선된다면 추진력에서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산업연구원은 해리스 당선 시 철강 업계가 리스크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정책에서 노동·친환경 요건에 기반한 비관세 장벽 심화가 철강 산업의 교역 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두 후보 모두 자국 우선, 보호무역주의 기조라는 점에서 보편관세와 관련해 추후 철강 업계에 긍정적인 환경이 마련되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리스 후보의 당선으로 인해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더라도, 새로운 국제 질서의 향방을 가늠하며 산업별 대응 방안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미국 대선은 단순히 미국 내부의 변화를 넘어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 이벤트로, 그 결과에 따라 글로벌 수출 및 공급망 환경, 개별 산업에 미치는 영향, 신산업 및 에너지 정책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기업들과 함께 우호적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그간 산업부는 미국 고위 관계자와 전방위적인 만남을 이어갔고, 미 대선 관련 현지에서 감지된 분위기와 각 후보자 공약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의 대응 방향을 공유하는 행사도 개최해 왔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은 우리 수출과 투자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동맹국"이라며 "그동안 구축된 각종 협력 채널을 바탕으로 첨단 산업 협력과 공급망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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