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말까지 한시적 무비자 입국 허용
美中경쟁-北러밀착 속 韓에 유화책
서울 중구 중국비자신청서비스센터.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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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8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9개국에 대해 내년 말까지 무비자 입국 정책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고 1일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비자를 면제한 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
3일 주중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이번 비자 면제 조치는 한국 정부에 사전 통보 없이 갑작스레 발표됐다.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외국인 관광 활성화를 위해 순차적으로 무비자 시범 정책 적용 국가를 확대해 왔지만, 주로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 위주였다. 이번에 무비자 정책에 포함된 9개국도 한국을 제외하면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 모두 유럽 국가다.
일단 이번 조치는 중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및 교류 증가 등 한중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한령(限韓令)의 전면 폐지 등 본격적인 해빙 무드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이 한미일 협력 구도를 견제하고, 최근 경색됐던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를 이번 조치에 담았다는 분석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을 계기로 북한이 최근 분명한 친(親)러시아 행보를 걷고 있고, 5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 이후 동북아 정세가 변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한미일 가운데 한국을 가장 먼저 무비자 대상 국가에 포함시켰다.
“美中 갈등-北러 밀착속… 中, 한국에 ‘한시 무비자’ 손내밀어”
주중 韓대사관도 모르게 깜짝 발표
美-日보다 한국 먼저 비자 면제
일각 “對中제재 한미일 공조 흔들기”
여행업계선 “中관광상품 늘릴 것”
중국 정부가 1일 한국을 포함시킨 비자 면제 정책을 ‘깜짝 발표’한 것을 두고 현지 외교가에선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발표 시기는 물론 형식도 기존 방식과 달랐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날 저녁 늦게 홈페이지에 올린 정례 브리핑 질의응답 게시물을 통해 무비자 정책 국가 확대 사실을 밝혔다. 당일 오후 브리핑에선 언급조차 나오지 않았던 내용을 뒤늦게 추가한 것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도 3일 “우리도 현지 보도를 통해 발표 사실을 알았다”며 “주말이라 아직까지 관련 공식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中, 美 대선 직전 비자 면제 발표
중국 외교부는 1일 “한국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안도라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등 9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내년 12월 31일까지 ‘일방적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만 롄허보는 “최근 최고지도자가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한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핀란드 등과 달리, 한국이 포함된 건 놀랍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최근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이 중국이 한국 비자 면제를 깜짝 발표한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보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파병한 건 중국이 북한은 물론이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졌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현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파병을 계기로 동북아 정세가 ‘북-중-러 대 한미일’ 대결 구도가 고착화되는 움직임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으로선 5일(현지 시간) 치러지는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동북아 지역 안보와 대(對)중 제재에 관한 새로운 판이 짜여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에 우호적인 정책으로 대결 구도를 흔들려 한다는 해석이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한미일 가운데 경제적으로 중국과 가장 밀접한 한국을 약한 고리로 여겼다”고 말했다.
● 한국 비자 면제, 미일보다 앞서
다만, 한국의 비자 면제와 관련된 분위기가 그간 서서히 조성되고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리창(李强) 총리가 참석한 이후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는 시각이다. 올 9월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베이징을 찾은 한중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중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비자 정책 간소화’를 먼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일방적 무비자 정책을 시행하자, 한국을 대상 국가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를 중국에 의사 타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중 고위급 만남 등 이렇다 할 계기가 없는 시점에 미국이나 일본보다 먼저 한국에 대한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 것은 한국 측으로선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앞으로 중국 관광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비자 신청 절차와 비용이 사라지면서 중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의 수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겨울철 중국 인기 여행지인 샤먼, 쿤밍, 리장 등과 가볍게 떠날 수 있는 대도시(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 여행 상품을 늘려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인 베이징일보도 2일 “팬데믹 이후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한중 양국은 서로에 대한 여론이 나빠졌다”며 “비자 면제로 젊은이들의 상호 이해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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