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5 (화)

다가오는 美 대선…'K-바이오' 흥행 이어가려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웨이

그래픽=박혜수 ㅁ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미국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시장인 미국에서 규제 변화가 있을 경우 국내 기업을 포함, 전 세계 제약기업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둘 중 누가 되더라도 한국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겐 기회가 주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기업들에게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방향' 리포트를 통해 바이오의약품산업 관련 주요 제도 및 여건 변화 전망을 분석했다.

약가 인하 추진…'시밀러' 미국 수출 확대될 듯

보고서는 둘 중 누가 되더라도 한국 의약품 산업의 수출입 구조는 당분간 유지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가 집권했을 때 한국 의약품 관세 변화 가능성은 희박하며,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글로벌 빅파마들의 위탁생산(CMO) 수탁물량이 다수 포함돼있기 때문에 미국의 직접적 견제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봤다.

현재 두 후보는 모두 약가 인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촉진하는 보건정책 확대로 대미 수출 증가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트럼프 역시 바이오시밀러 사용 촉진에 우호적인 상황이다. 또 제약사의 자발적 약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은 확대하고 규제 신설은 엄격히 통제할 것으로 보인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국산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의약품 '수출 효자'로 꼽힐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요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수출액은 16억4276만 달러(약 2조2500억원)로, 바이오의약품 전체 수출액의 77.3%를 차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글로벌 기업 중 가장 많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허가 받았고,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렘시마SC'를 신약으로 허가 받아 '짐펜트라'라는 제품명으로 판매 중이다. 짐펜트라는 출시 7개월여 만에 미국 3대 PBM의 6개 공-사보험 영역 모두에 대해 등재 계약을 체결해 보험 커버리지 대부분을 확보했다.

국내 한 바이오시밀러 업체 관계자는 "두 후보 모두 의료시장 개혁을 얘기하고 있고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밀고 있어 기업들의 기대감이 높다"고 전했다.

中 견제 심화로 기회…'현지 시설투자' 압박 있을 수도

중국 견제 기조도 뚜렷해질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생물보안법' 영향력 확대로 국내 CDMO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되지만, 현지 시설 투자 압박, 경쟁력 심화, 공급망 재편 등의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만약 신약개발을 위해 중국기업과 협업한다면 법적 분쟁 등 불필요한 위협 회피를 위해 사전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가 집권하면 미국의 CMO 의존성과 시장 규모, 기술 잠재력을 고려했을 때 현지 CDMO 시설투자, 신약벤처 지분투자는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필수의약품 자국 내 생산 확대로 의약품 부족을 완화하겠다는 신규 조치를 내세우고 있어 원료·장비 조달부터 전임상, CMO까지 글로벌 공급망(GVC)에서의 중국 참여 축소가 예상된다.

트럼프 또한 필수의약품 탈중국화를 선언, 자국 기업 우선 지원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 철폐, 관세 인상, 의약품을 포함한 필수품의 중국 수입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4개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경쟁 독려, 중국 기업 배제 기조로 인해 한국 대기업의 현지 투자와 고용 압박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트럼프의 경우 온쇼어링(자국내 생산)을 원하고 있다. 인센티브나 보조금 같은 것들이 획기적으로 지원된다면 국내 의약품 제조업체들이 현지 생산 시설 설립을 고민할 순 있겠다"라면서도 "인건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은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오가닉(Inorganic‧비유기적) 성장 전략을 검토 중이다. 이는 외부 자원을 끌어들여 성장하는 전략으로, 직접 설립뿐 아니라 인수합병(M&A)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존림 사장은 지난 6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USA에서 CDMO 생산기지 건립은 당분간 국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췄으나, 공장 인수 등을 통해 해외 거점을 두는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도 회사는 반사이익을 누리기 위해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과 위탁개발(CDO) 기술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내년 4월 5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만4000L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5공장 관련 선수주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CDO 부문에서는 올해 연달아 신규 플랫폼을 출시하며 총 9개의 기술 플랫폼 및 서비스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는 2018년 CDO 사업에 진출한 지 6년 만에 총 120건 이상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월 인천 송도에 항체의약품 생산시설 착공을 시작했으며, ADC 설비를 갖춘 미국 시러큐스 공장과의 연계를 꾀하고 있다. 앞서 롯데바이오는 지난해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회사는 시러큐스 공장에 신규 모달리티 생산설비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던 부분에 우리 기업이 진출함으로써 미국 시장에 대한 점유율 확대 기회가 열릴 수 있다"면서도 "미국 규제에 대응해 생산설비 확충 등 비용이 증가할 수 있고, 글로벌 제약사 간 경쟁 격화라는 도전 요인을 함께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료·소부장' 국산화 필요, 中 보복조치 예의주시해야

두 후보 모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전망이다. 이에 의약품 공급망 재편에 대비하고 원료의약품(API)과 필수의약품 재고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API 등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배제될 경우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은 값싸고 빠른 서비스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의 의존도가 높았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에도 공급망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바이오시밀러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주요 제약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원료의약품에 대한 중국 및 인도산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은 레진, 배지 등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에 필요한 핵심 바이오 원부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현재 이 시장은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이끌고 있다. 정부가 국산 소부장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같은 대형 기업들이 소부장 테스트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오 전무는 "소부장 국산화는 트랙레코드를 쌓을 시간이 더 필요하다"라면서도 "바이오시밀러는 결국 가격경쟁이다. 국가 입찰 경쟁할 때도 가격경쟁력을 보기 때문에 단가를 어떻게 낮추느냐가 핵심"이라며 "(가격경쟁력이 높은) 인도도 우리와 똑같이 단가를 낮추면서 생산 수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소부장이 국산화된다고 하면 단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번 미국 대선 관련 의약품 공급망 쪽에서 중요하게 얘기되고 있는 부분은 API쪽에 더 치우쳐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원료약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 바이오시밀러 기업 관계자는 "현재 배지 같은 원재료들은 모두 미국, 유럽 등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수출을 막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중국 기업들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오 전무는 대선 결과에 따라 대외통상환경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가 열리는 부분뿐만 아니라 미중관계의 큰 흐름도 함께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집권했느냐에 따라 중국을 대하는 자세, 방법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이를 테면 트럼프는 관세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미중 관계에 따라 우리가 수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반면 대외 수출 환경 변화로 미국과 중국 중 어느 국가가 더 나은지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더라도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봐야 한다. 보복조치를 한다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우리 기업들에게 수출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미중관계의 큰 흐름과 통상변화를 보고 선제적으로 기회를 잡고 리스크를 예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

저작권자(c)뉴스웨이(www.newsw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