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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교수진 부족 지방의대들 어쩌나”…휴학생 복학땐 1학년 수업에 7500명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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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수업’ 비상에 4학기제 검토
24학번과 25학번 분산수업
본과 4학년 대다수 휴학에
내년 의사공급 차질 불가피


매일경제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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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생 휴학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승인하도록 허용한 가운데 내년 의과대학 학사일정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휴학생(3000명)이 모두 돌아온다고 가정할 경우 내년 신입생(4500명)과 함께 최대 7500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과대학들은 1년을 4학기제로 운영하는 방안, 분반, 온라인 강의를 대폭 활용하는 방법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한 사립대는 4학기제 운영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주당 강의 시간을 늘려 12~13주를 한 학기로 만들면 4학기제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내년 복학하는 24학번은 1·3학기, 신입생인 25학번은 2·4학기에 수업을 듣게 하는 식이다. 또 다른 서울권 의대 관계자는 “예과 때는 교양 수업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온라인 강의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최근 의대 과정(6년)을 최대 1년까지 자율적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방 의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의대 정원에 변화가 없는 서울권 의대와 달리, 내년도 신입생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증원 이후 가장 정원이 많아지는 전북대는 신입생이 올해 142명에서 내년도 171명으로 증가한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는 300명이 넘는 의대생이 함께 예과 1학년 수업을 듣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 지방 의대 교수는 “지방의대 중심으로 증원이 많이 이뤄졌는데, 시설과 교수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돌아올 경우 수업의 질이 크게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내년에 얼마나 많은 의대생이 수업에 복귀할지도 변수다. 정부는 이번 휴학 승인 조치로 의대생들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의대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서울권 의대 24학번이라고 밝힌 한 의대생은 “휴학을 승인했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며 “동기들 중에 내년에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얘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대생은 “남자 동기들 중에는 차라리 군복무 먼저 해결하겠다는 의견도 많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내년 의사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졸업을 앞둔 본과 4학년도 대부분 휴학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올해 본과 4학년(3088명) 중 3.4%인 104명만 출석하고 나머지는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매년 3000명 가량 배출되던 의사 국가 시험 합격자도 예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올해 9월 시행된 의사 국가시험 실기에 347명만 응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3212명, 2022년에는 3291명이 응시했었다.

교육부는 의대생 휴학 승인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의사 국가시험 추가 시행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통상 의사 국가시험은 9~10월 실기, 이듬해 1월 필기 순서로 치러진다. 임상실습 기간을 채운 졸업자·6개월 내 졸업 예정자가 응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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