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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유치원생 딸만 남기고"…성매매 여성 죽음으로 몬 불법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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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불법대출 전단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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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법 대부업 피해를 겪다가 어린 딸을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매매 여성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서울시가 불법 대부업 피해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3일 "성매매 여성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준 뒤 살인적 이자를 뜯어내고,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약점을 잡아 협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기 쉬운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시가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지난 9월 미아리 텍사스촌 종사자 A씨 불법 대부업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이 알려지면서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홀로 키우던 A씨는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수십만원을 빌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A씨의 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돈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 일당은 그의 지인들에게 "A씨가 미아리에서 몸을 판다. 돈을 빌리고 잠수를 탔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A씨의 딸이 다니는 유치원 교사에게도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견디다 못한 A씨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시는 피해 여성의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행방을 수소문하는 한편 불법 대부업 피해 근절을 위한 대책에 나섰다.

시는 우선 성매매 종사자를 대상으로 불법 대부업 피해 현황 조사에 착수한다.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성매매 집결지는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와 영등포동 영등포역전이다. 9월 말 기준으로 2곳의 종사자는 420여명으로 추산된다.

시는 이 2곳의 현장 조사를 통해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또 집결지 내 스피커를 설치해 불법 추심 신고 안내 방송을 내보내고, 익명으로 상담할 수 있는 카카오톡 전용 상담창구도 운영한다.

채무 당사자에게만 제공해온 법률 지원 대상 범위를 채무자 가족, 지인 등 관계인에게 확대하고, 성매매나 불법 대부업 광고를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 등도 구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부업체의 불법 추심 행위 등에 대한 증거 수집과 수사 의뢰도 강화하고, 자치구를 통해 과태료 부과와 영업 정지 등 행정조치도 강화한다.

시 관계자는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불법 대부업 피해를 막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관계기관과 협력해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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