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홍수 사망자 217명
"살인자들"…성난 주민들 분노
3일(현지시간) AFP, EFE 통신 등은 펠리페 6세가 레티시아 왕비,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 등과 함께 이번 수해로 큰 피해를 본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우산 속 남성)이 3일(현지시간) 발렌시아 도시 파이포르타 수해 현장을 방문한 가운데 사람들이 던진 진흙이 날아들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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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시 성난 주민들은 펠리페 6세와 산체스 총리 일행을 에워싸고 진흙과 오물을 집어 던졌으며, "살인자들", "수치", "꺼지라"고 욕설했다. 한 청년은 펠리페 6세를 향해 국가의 이번 수해 대응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외쳤다. 마손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하거나 "산체스 총리는 어딨느냐"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호원들이 급히 우산을 씌워 보호했으나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는 얼굴과 옷에 진흙이 묻은 상태였다.
펠리페 6세는 다른 일행보다 더 오래 머물며 주민들을 위로하려 시도하는 모습이었지만, 결국 시간을 단축해 서둘러 방문을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포르타에 이어 찾으려 했던 다른 수해 지역 방문도 취소됐다. 펠리페 6세는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을 올려 "피해 주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이해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온전하다는 희망과 보장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스페인 방송 RTVE는 이날 군중이 던진 물체에는 돌과 딱딱한 물체가 섞여 있었으며 경호원 두 명이 다쳐 치료받았다고 보도했다. 또 산체스 총리의 차량 창문도 깨진 것으로 전해졌다. 산체스 총리는 이후 수해 주민들의 고뇌와 고통에 공감한다면서도 "모든 종류의 폭력"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국왕과 정부에 이처럼 분노한 것은 이번 수해가 당국의 안일한 대응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9일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한 것으로 3일 집계됐다. 수십 명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약 3000가구가 여전히 단전을 겪고 있다. 이에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 10시간 넘게 걸리는 등 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고 이후 수색과 복구 작업도 느리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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